[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중국의 대북압박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전통적 친선관계를 유지해온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6일 윤병세 외교부장관과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핵불용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윤 장관과 왕 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비공개회의와 관련,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 능력 고도화를 막을 의미 있는 대화 재개가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 무조건적인 재개가 아닌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전 조치를 강조해온 우리 입장에 중국이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왕 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책임있는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북한이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으로 위협하는데 이런 행동부터 중단해 대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데 대한 화답이었다.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는 시 주석이 한국을 먼저 찾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시 주석은 오는 7월 중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참석과 월드컵 참관 등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앞서 6월중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양국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 주석이 최고지도자로 새롭게 등장한 이후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국공내전과 한국전쟁 때부터 이어져온 양국관계를 감안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몇 년째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관계가 일부 회복되는 모습도 보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대북 원유수출을 중단하는 등 경제적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4개월 연속 대북 원유수출을 중단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여만의 일이다. 외교소식통은 “단지 북한에 압박을 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원유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기보다는 조금씩 감소시키면서 중단시킬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며 “중국의 대북 무상 원유 원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원유수출을 완전히 중단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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