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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수신료로 해명광고…정신 못 차린 KBS 경영진

‘국민의 수신료’ 8800여만원을 들인 길환영 사장의 해명광고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사내 안팎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은 26일자 일부 일간지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광고를 실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분출된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이 ‘청와대 외압설’로 확산된 ‘KBS 사태’에 길 사장은 사퇴 대신 자신의 입장을 담은 지면 광고로 국면전환을 꾀하려 하는 모습이다.

이 광고에서 길 사장은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대로 ‘청와대 외압설’과 ‘보도 독립성 침해’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제작거부와 불법 파업”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공영방송 KBS의 주인이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건강하고 참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다”며 시청자를 향해서는 머리를 조아렸다.

해당 광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길 사장을 비롯한 KBS 경영진의 의도와는 달리 곱지 않다. KBS 내부에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길 사장이) 수신료를 개인 용도로 쓰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KBS 홍보실의 모 홍보부장은 사측에서 해당 광고의 집행을 결정하자, 이를 반대하며 심지어 보직에서 내려왔다. 사내 안팎의 분위기를 읽지 못한 길 사장의 ‘독단적인 처사’라는 비아냥도 이 때문에 나온다.

KBS 홍보실은 “공적 책무를 맡고 있는 기관이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 대국민 사과를 일간지에 게재하는 사례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광고재원이 ‘국민의 수신료’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 KBS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종, 지위, 정치적 이념을 막론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대동단결해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길 사장은 최근의 사태를 ‘직종 이기주의’와 ‘좌파 노조의 불온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했지만, PD 협회는 PD 출신 최초의 공영방송 사장인 그를 이미 제명했다. 길 사장의 ‘입’을 자처해온 홍보실 간부를 포함해 팀장급 이상 282명의 간부들이 보직에서 물러나며 길 사장에게 등을 돌렸다. 전 임직원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등장한 수신료를 들인 ‘사과와 다짐’은 설득력도, 진정성도 없어보인다.
 
길 사장과 KBS 경영진 일동에게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수반하고 있는지, 해당 광고에서 언급한 ‘국민’과 ‘주인’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은 대목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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