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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 중동에서 ‘블록버스터급’ 파격행보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교황이 중동에서 ‘블록버스터급 하루’를 보내다”(Pope delivers blockbuster day in Middle East)

미국 일간 보스턴 글로브가 중동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보도한 25일자 기사의 제목이다. 중동의 평화와 화합을 모색하고 분쟁의 해결을 촉구하는 교황의 행보가 전례없이 파격적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요르단 방문을 시작으로 사흘간의 일정으로 중동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짧은 일정이지만 매 시간 기존의 틀과 격식을 깬 행보가 강렬한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지 순례 이틀째인 25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의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최고 지도자를 바티칸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함께 바티칸에서 하느님이 평화의 선물을 주시도록 진심

어린 기도를 하자”며 “예수가 태어난 이곳에서 압바스 수반과 페레스 대통령을 바티칸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고 양측은 곧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바티칸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신들이 ‘전례없는 제안’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선 이번 성지순례의 정치적 행보’라고 표현할만큼 이날 미사도 대단한 반향을 이끌어냈지만, 그 과정도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교황은 전날 요르단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전 헬기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영토인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그런데 전임 교황들과 달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요르단 서안지구에 진입했다. 이스라엘의승인이 필요없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적인 영토임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행보였다. 보통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로의 진입은 이스라엘 영토를 거치거나 이스라엘군의 검문을 거쳐 이뤄져왔으나 교황은 헬기를 타고 요르단 암만에서 베들레헴으로 직행했다.

파격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황은 헬기로 착륙한 후 미사 장소인 구유광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차를 멈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물론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이스라엘로서는 ‘점령’의 상징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는 ‘분리’를 의미하는 장벽 앞에서 교황의 기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교황은 미사 집전 후에는 고위 성직자나 관료, 정치인, 유명인들과 동행하거나 동석하는 대신 현지의 가난한 기독교도와 점심식사를 했다. 전날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의 만찬 초대를 사양하고 시리아 난민들과 함께 한 것과 같은 맥락의 일정이었다. 이번 성지순례가 분쟁 지역에서의 평화와 화합, 그리고 ‘약자와 가난한 자를 위한 발길’이었음으로 보여주는 행보였다. 뿐만 아니라 교황은이번 중동 순방길에 교황 공식 대표단으로는 처음으로 이교도인 2명을 포함시켰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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