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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환영 사장, 노무현 정권 땐 ‘박근혜 토크쇼’ 불방 주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 노동조합(1노조)이 길환영 사장이 지난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토크쇼의 불방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노조는 25일 오후 4시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길환영 사장은 누가 정권을 잡든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처세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길환영 사장이 KBS 외주제작팀장(현 국장급)으로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총괄하던 2004년 10월 당시, KBS 2TV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을 담당하던 한 외주제작사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섭외해 사전 녹화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선 야당 대표이자 여성 정치인, 특별한 가족사를 지닌 박근혜 대표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 한 시간 분량으로 방영될 계획이었다.

KBS 외주제작팀은 이에 한나라당에 공식 출연을 요청했고, 박 대표는 전여옥 당시 대변인의 보고를 받고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이 1노조의 설명이다.

당시 녹화는 서울 남산의 한 웨딩홀에서 5시간 가량 진행, 가수 김흥국이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박 대표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고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의 추억, 부모를 잃은 동생들에 대한 심정, 학창시절 생활 등을 MC들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또 박 대표가 서울 성심여고에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청와대에서 버스를 타고 등교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녹화는 2주 후 방송될 예정이었고 외주제작사는 완성본 편집까지 마친 이후 방송 일자 조정을 기다렸으나, 녹화분은 끝내 불방됐다는 것이 1노조 측의 설명이다.

결국 다음해인 2005년 8월 녹화 10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의 출연분이 전파를 타지 않자 한나라당은 “KBS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길 당시 팀장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4당대표 가족을 섭외해 방송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당에서 섭외가 잘 되지 않아 방송시점을 놓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이라도 기획의도에 맞게 섭외되면 박근혜 대표 녹화분을 내보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

1노조 측에 따르면 그러나 당시 제작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4당 대표를 모두 초청하는 토크쇼로 기획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1노조 측은 이를 폭로하며 “길환영 사장은 노무현 정권 때 편성기획팀장, 대전총국장 등으로 승승장구했고 MB정권 때는 본부장, 부사장,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정권과 관계없이 출세가도를 달려왔다”며 “누가 정권을 잡든 철저하게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방송을 철저하게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1노조 측의 이 같은 주장에 길환영 사장은 KBS 홍보실을 통해 당시 입장을 고수하며 “특정 정당 대표 1명에 대해 1시간 분량의 홍보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에서 일방적으로 방송됐다면 오히려 형평성을 크게 잃어 다른 정당의 비판을 거세게 받아야 했을 것”이라며 “노조의 비판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KBS 1노조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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