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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확성기 · 꽹과리…광장 ‘귀’가 막혀
집회현장 소음피해 등 민원 급증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보타워에 근무하는 신종민(30ㆍ가명) 씨는 지난해 11월께 회사 앞에서 장기간 열린 집회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집회 참가자 20여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확성기와 꽹과리 등을 사용해 소음을 내는 통에 두통이 생기다 못해 “집회 소음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회현장을 찾아 소음을 측정했지만 소음 규제 기준인 80㏈(데시벨)에 미치지 못해, 집회 참여자에게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경고만 줬다.

집회ㆍ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로 누구나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다. 하지만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과도한 확성기 소음과 폴리스 라인 미준수, 무단 도로점거 등으로 다른 시민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집회에 대한 소음 관련 민원은 2011년 329건, 2012년 523건, 지난해 698건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2012년 말께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집회 때 발생하는 소음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61.6%였다. ‘도심 내 집회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28.8%였으며, 이 가운데 ‘확성기 소음피해’가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소음 피해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경찰은 집회 현장의 소음 기준을 일부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추진되는 개정안은 주거지역이나 학교가 아닌 기타지역의 집회 소음 상한선을 현행 주간 80㏈에서 75㏈로, 야간 70㏈에서 65㏈로 각각 5㏈씩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집회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다른 이익, 기본권 등과 충돌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집회시위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일부 기준이 강화되면 소수자 등의 표현 자유는 더욱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의 경우에는 집회 소음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미국 루지애나 주에서는 병원, 교회 등에서 55㏈ 초과하면 처벌하고, 독일에서도 주간 57㏈이 상한선이거나 저녁 8시 이후에는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ㆍ시위 자유를 가능한 한 보호해야 하지만 자기 주장을 펴기에 앞서 다른 사람 기본권을 보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상식·배두헌 기자/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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