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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체발표된 해경, 내부망 게시판에 지휘부 맹비난 글 쇄도
[헤럴드경제=이홍석(인천) 기자] 대통령의 해체결정 발표 이후 해양경찰 구성원들이 이런 사태까지 오도록 수수방관한 지도부를 맹비난하고 있다.

올해로 창사 61주년을 맞은 해양경찰이 세월호 참사ㆍ부실 대응 등으로 해경 조직을 해체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지휘부를 맹비난하는 해양경찰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해경 조직의 수장인 김석균(48) 청장마저 조직 해체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인해 일선 해양경찰관들 사이에 정부는 물론 지휘부를 원망하는 글들이 해경 내부망 게시판에 올려지면서 해경 조직이 빠르게 붕괴되는 모양새다.

22일 해양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는 조직 해체에 이르기까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한 지휘부를 맹비난하거나 안타까운 심경의 글들이 쇄도했다.

한 해경은 “일국의 경찰 조직이 이렇게 쉽게 쓰러지는 모습에 억울하고 눈물이 나 잠을 못 잔다”며 “어려움과 고난의 선두에서 휘하의 부하들을 이끄는 지휘관은 누구인가? 난파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침몰을 바라보고 있는 졸병들과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해경은 “해양경찰 61년사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내 조국, 내 가족을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순직한 우리의 선배님, 동료는 어디에 묻어 두었는지요. 눈물은 없어진 지 오래고 지휘부를 쳐다보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다른 해경은 “20대를 해경에서 함정 근무하며 명절이나 가족모임, 연휴 때 한번 육지에서 보내지 못하고 제복의 품위와 위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며 “그런데 지금 왜 1만여 해경이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라며 지휘부를 원망했다.

특히 지휘부를 노골적으로 성토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일선 해경서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캡틴(청장)!! 이 미천한 졸병은 옷만 바꿔 입고 피가 다른 경찰이 되는 것은 적군에 투항하는 것처럼 굴욕으로 느껴진다”며 “전장에서 안위를 생각해 본연의 자세를 잃은 것을 뉘우치고 있으니 올곧은 항로를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무엇보다도 김 해경청장이 해경 해체 방침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조직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무책임한 처신이었다고 비판하는 글들이 해경 조직을 분노케 했다.

또한 독도와 이어도 해역을 목숨처럼 사수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격퇴하면서도 묵묵히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수호해 온 그간의 공을 인정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함정근무만 20년, 이제 정년을 앞두고 있는 한 해경은 “앞으로 바다에서 근무하다 순직한 선배들에게 뭐라 변명할 것이냐”며 “30여 년간 해경이라는 마크를 가슴에 달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번 결정에 허탈감을 달랠 길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김 청장은 조직 내부망에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수습 후 책임 의지를 보였다.

김 청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직원 여러분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53년 출범한 해경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부실 대응으로 조직 해체를 앞두고 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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