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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생생e수첩> 부부(夫婦)의 날
“결혼을 해도 후회하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후회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나는 결혼을 권장하고 싶다. 착한 부인을 만나면 당신은 행복할 것이고, 악덕한 부인을 만나면 적어도 나같이 철학자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으로, 허무맹랑한 관념보다는 영혼과 육체를 아우르는 실천적인 지식을 그 당시에 이미 강조한 소크라테스지만, 진지하게 한 말인지 농 삼아 던진 말인지, 명언인지 아닌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거니와 또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바로 오늘입니다. 21이 둘(2)이 하나(1)됨을 의미하고 5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이라는 점에 착안해 1995년 마산·창원지역에서 권재도 목사부부가 주창한 사회운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1998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식적으로 부부의 날(국가기념일)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2014 부부의 날’ 기념으로 세계부부의날위원회가 마련한 포스터

우리나라 사람들 적극성 하나는 알아줍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국내에 뜻있는 이들의 주도로 ‘세계부부의날위원회’가 발족됐고, 이 위원회가 올해 부부의 날에 맞춰 국회와 마포나루 돛배광장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사포(四抛:연애포기·결혼포기·출산포기·인생포기)세대’극복을 위한 ‘마포선언문’을 내놓았습니다. 결혼이 곧 새로운 애국임을 일깨우고 알뜰결혼, 부부화목 등을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굳이 마포인 이유가 각별합니다. 마포대교는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마포대교에 따라다니는‘자살 최적지’라는 오명을 털어내고 대신‘절대 포기하지마(Never-Give up)’ 정신을 새겨 넣고 또 이를 사회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 마포대교를 ‘네버기브업브릿지(Never-Give up Bridge)’로 부르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하긴 매년 30만 쌍 정도가 결혼을 하고 11만 쌍 정도가 이혼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세태입니다. 물론 이혼을 밥 먹듯 하는 서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선 아직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가속이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독신 또한 무슨 유행처럼 우리 사회에 뚜렷한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니 1~2인 가구가 예삿일이 되고 그로 인해 가족문화에도 기현상이 손에 잡힙니다. 아기 울음소리는 신기하게 들리고 애완동물이 짖는 소리는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30년 후 쯤 애보다 개가 많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한 통계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보편타당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자면, 부부의 날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뿐더러 소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굳이 인류 역사의 진행이나 퇴행이라는 고차원을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까지는 못되더라도 점차 의미와 가치가 중시된다는 사실입니다.

한 백화점이 기혼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부의 날 배우자에게 주고(받고)싶은 선물’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패션소품이 1위를 차지했고, 화장품, 와인과 케이크, 스포츠·아웃도어 의류, 커플 속옷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아주 소박한 우리네 아닙니까.

기자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토 달 것도 없이 공감합니다. 부부의 연을 맺었다면 자부심을 갖고 오늘 부부의 날, 아니면 오월이 가기 전에 아내에게는 빨간 장미와 작은 선물, 남편에게는 핑크장미와 작은 선물을 안겨 보길 권합니다.

사는 재미라는 게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입니다. 한 소설가는 그랬습니다. 인생은 아침에 울다가도 저녁에 웃는 것의 연속이라고.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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