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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당국이 ‘잽 (미세개입)’ 만 날리는 이유 있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원/달러 환율이 5년 9개월만에 1020원대로 떨어진 가운데 최후 마지노선인 1000원선 위협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당국이 이전처럼 흐름을 거스르는 대규모 조치는 자제하고 있어 환율 개입에 대한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노골적인 개입은 자칫 실탄만 낭비하고 투기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수출 문제도 있는데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일 환율은 전일보다 3.3원 올랐는데 당국의 달러화 매수 개입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화 매수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앞서 당국은 지난 14일에도 점심 무렵과 장 막판에 시장에 개입, 오전 한때 1021.3원까지 하락한 환율이 1030.0원으로 급반등하기도 했다. 이어 이튿날에도 미세조정 수준의 개입으로 환율 하락폭이 줄었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 시선을 의식하면서 수비적인 자세로 꼭 필요한 때만 개입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시장 참가자는 “다소 티가 나는 개입이었지만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달러당 1000원을 막기 위한 1020원선 방어”라고 평가했다. 시장 흐름을 거슬러 1030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보다는 1020원의 지지선을 방어하는 수준에서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국의 딜레마를 과거와 달라진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위상과 연관시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교역수준이나 금융거래량 등에서 어느 정도 세계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개입 강도를 높일 경우 후진성을 노출하는 셈이 된다”며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기대만 있으면 (개입을) 안할 수 있는데, 1050원선 아래에서 경상수지 등 호재도 변동성 요인이 되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순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환율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점도 당국이 개입에 나서게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 증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당국이 환율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020원선의 하향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채현기 KT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6.7%로 장기평균(2000년 이후 2.4%)을 큰 폭으로 상회해 원화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교역국간 물가변동을 반영한 실효환율, BIS기준)이 2000년 이후 장기평균 수준을 소폭 하회하고 달러화 약세 추세, 경상수지 흑자 등을 감안하면 연내 1000원선 하향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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