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형 리더’는 깨진 유리창이다
리모델링 코리아, 기본이 경쟁력이다 에필로그 : 리더를 리디자인하라
공무원교육원은 쉬러 가는 곳
승진과 연계도 안돼 대충대충
기업은 年 20시간 리더교육 의무
임원 등 승진에 필수코스

공직사회 리더십교육 혁신적 전환
공감능력 제고·특권 폐지 초점을


선장이 팬티 바람으로 탈출해 수 백명을 수장시킨 순간, ‘제복의 신화’는 한국엔 없다는 잠복됐던 비극의 실체가 인양됐다. 부모의 절규와 국민의 통탄 앞에 ‘리더십의 실종’이라는 추악한 현실만 건져 올려졌다.

도의적ㆍ심정적 안타까움의 표현은 봇물이었다. 리더의 덕목인양 유행처럼 번졌다. 실상은 면피다. 라면ㆍ치킨ㆍ기념촬영 같은 단어가 참척(慘慽)의 현장에서 장관이란 허울 앞에 수식어로 나부꼈다. 공감은 절대부족했다. 대통령이 나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고육책을 내놓았지만, 리더의 ‘마인드 재무장’을 위한 묘책은 누락됐다.

‘4ㆍ16 세월호 참사’는 한국형 리더의 종말을 요구하고 있다. 공(公)과 사(私), 영역 불문이다. 시험에서 고득점 올리는 기술만 암기한 이들이 최고 엘리트로 평가받고, 특혜를 누리는 구조를 걷어내라는 것이다. 특히 공적 영역에선 무능한데 신뢰도 없고 사익만 추구하는 집단에 대한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왔다. 각계에서 “리더를 리디자인하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직사회는 리더의 근본을 곧추 세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 교육ㆍ재교육을 담당하는 안전행정부 산하 중앙공무원교육원(공교원)의 리더십 교육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5급 이상 직급ㆍ단계별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수강하는 공무원, 강사에게 시간때우기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정식으로 공교원에서 교육받는 게 사무관 교육과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되고 나서 등 사실상 2번밖에 없다”면서 “쉬러 간다는 개념이 많아서 리더십 교육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교육은 승진과 연동되지 않는다. 리더십 교육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공교원의 오광석 사무관은 “교육은 승진과 상관없고, 국장급 대상의 고위정책과정은 1년 마치면 보직 받을 때 인사상 참고를 하는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커리큘럼을 개선하려고 하는데 예산문제로 쉽게 안되는 게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무사안일은 대기업에선 꿈도 꿀 수 없다. 4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임원이 되면 의무적으로 상무는 60시간, 전무는 16시간의 리더교육을 받으며 이와 별도로 매년 20시간씩 리더로서 갖춰야 할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며 “이 것을 안하면 승진 자체가 안 된다”고 했다.

적어도 공직사회의 리더십 교육만은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국ㆍ영ㆍ수 교육만 시켜서 머리좋은 사람 키워봤자 유병언 일가처럼 도둑만 키우는 셈”이라며 “공적인 의식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동석 건국대 중문과 교수는 “한국은 안보ㆍ지정학적 특수성, 급격한 산업화 등을 감안할 때 차원이 하나 더 높은 리더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리더는 인본주의 가치기준을 바탕으로 한 옳은 판단력이 중요한 덕목이기에 인문 공부를 더 하도록 필독서라도 만들어 그런 가치있는 책을 읽지 않고서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도록 임무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교육에 대한 강사료가 기업과 비교할 때 가장 싸다”면서 “국가재정 핑계를 대는 데,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교육이 중요하면 최고의 강사를 모셔야 한다”고 했다.

‘리더십 리디자인’의 초점은 정부조직 개편이 아니라 공감 능력을 높이고 특권의식을 버리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퇴임 즈음에 80%대의 경이적 지지율을 기록한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리더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이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이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라고 일갈했다.

홍성원ㆍ신대원ㆍ하남현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