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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기본이 경쟁력이다> ‘안전’ 만으론 부족 경영화두는‘안보’
세월호 참사 계기 수백번 강조해도 모자라
철저한 예방·관리…기업들 수천억도 아낌없이 투자
사회적 책임 다해야 일류기업…재계 인식 확산


안보(Security)의 어원은 ‘무엇이 없는(without)’이라는 ‘se-’와 ‘걱정ㆍ근심’이란 뜻의 ‘-cure’라는 라틴어다. 안전(Safety)의 어원은 ‘상처입지 않은’, ‘안전한’이란 뜻의 라틴어 ‘Salvus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안전은 ‘온전히 지킨다라’는 방어적 뉘앙스가 강한 반면, 안보는 ‘위협을 없앤다’는 적극적인 어감이 짙다. 이 때문에 국가에는 안보, 기업에는 안전이란 말을 주로 썼다. 하지만 이젠 기업도 안전을 넘어 안보가 경영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안전 문제는 당연히 지켜야 할 가치에서, 그 무엇보다 앞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로 격상하고 있다. 이미 지난 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안전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로 범국민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다. 인명과 안전을 소홀히 했다가는 경영 타격 차원을 넘어 자칫 기업의 존폐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직접 “기본을 철저히 지키라”고 직접 지시하고, 삼성전자도 오랜기간 결론을 유보하던 반도체 공장 백혈병 논란 등에 대해 적극적인 사과와 보상에 나선 점이 극명한 증거다. 삼성은 조(兆) 단위의, LG와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차그룹 등도 올 해에만 수 천 억 원의 재원을 안전에 배분할 정도다.

재계단체의 한 관계자는 “투자 관련 규제에 대해서는 완화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기본입장이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규제 여부를 떠나 기업 자체적으로 생존의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최근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안전만큼은 장기적인 인프라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핵심능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 역시 기업 경영안보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품질을 강화하고, 포스코가 핵심역량 강화를 경영 목표로 정한 게 좋은 사례다.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지만,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이 거세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하던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도 속속 체력을 회복하면서 신흥시장과 선진시장 모두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모 대기업의 관계자는 “예전 기술경쟁력은 남들보다 한 발 앞선다는 의미가 컸지만 요즘에는 기술 경쟁력이 부족하면 단순히 뒤지는 차원을 넘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초일류 제품 개발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는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가운데 가장 큰 고용과 안전의 기반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선진 글로벌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 덕분에 장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주주관계(IR), 소비자 관계(CRM)를 넘어 최근에는 사회와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 기업 안보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삼성, 현대차, LG, SK, 한화 등 대표 기업들의 연구개발 중점 분야는 전기자동차 및 대체에너지 등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면서도 향후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도 인류복지 증진이라는 대의(大義)와 함께, 차세대 고부가 먹거리라는 경영상 목적을 통시에 충족시킨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는 50~60년만 되도 장수기업에 속하지만, 선진국에서는 100년, 200년씩 장수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단순히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별도로 바라보기 보다는 경영활동 자체가 사회적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 내부의 경영혁신 노력도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기초를 강화한다는 의미가 크다. 삼성이 올 해 원년으로 선언한 마하경영, SK그룹이 총수인 최태원 회장 부재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룹 내 최고경영진들이 똘똘뭉쳐 만든 수폑스추구협의회 중심 경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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