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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지로 먼지 없애는 역발상…2년 연속 에어컨 판매 1위
삼성 ‘미세먼지 필터 개발진’ 의 고진감래
미세먼지를 달가워할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굳이 미세먼지를 쫓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삼성전자의 노형수 책임연구원과 윤소영 선임연구원이 그랬던 사람이다.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이는 에어컨 필터 개발을 위해서다. 호랑이 잡으려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지만, 이들은 미세먼지 잡으러 먼지구덩이에 들어간 셈이다.

“먼지 잡는 에어컨 필터 만들다 먼지 좀 마셨습니다. 필터가 먼지를 빨아들이는 과정을 눈으로 보려주려고 실험실에 무대용 서치라이트까지 동원하기도 했죠”

최근 경기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만난 두 연구원은 초미세먼지를 잡는 ‘Q9000 미세먼지 필터(이하 미세먼지 필터)’ 제작 당시 고생담을 들려줬다. 지름이 머리카락의 20~30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먼지에는 중금속 등 각종 유해물질이 결합, 인체 내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 깊숙히 혈관까지 침투해 문제를 일으킨다.

두 사람이 주도가 된 필터 TF가 ‘미세먼지 필터’ 개발에 들어간 것은 국내에 초미세먼지 문제가 막 심각해지기 시작하던 2008년이다. 당시만 일부 국내 에어컨에 공기청정 기능이 있었지만, 유효면적이 냉방면적의 5분의 1수준이었다.

삼성전자의 노형수(왼쪽) 책임연구원과 윤소영 선임연구원이 지난 9일 수원 삼성 전자 디지털시티 내 연구실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미세먼지 필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필터가 문제였다. 여러 장의 필터를 겹쳐 먼저를 걸러내는 여과식은 두께가 두꺼워 슬림한 스탠드형을 지향하는 국내 소비자 수요와 어긋낫다.

또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를 걸러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먼지가 쌓여 효율이 떨어졌다. 또 필터에 붙은 먼지를 물로 씻으면 공기청정 기능이 없어져 필터 자체를 바꿔야 했다. 1년에 그 비용만 족히 20만원(필터 1장당 3만원X기계 1대당 필터 3장X연 2회)이나 됐다.

노ㆍ윤 두 연구원 등 TF에 떨어진 임무는 교환비용 부담 없고 얇은 필터 개발이었다. ‘교환 없는 필터’는 여과식 대신 전기집진식을 채택하면서 해결됐다. 그런데 전기집진식은 여러 겹의 필터를 겹쳐 사용하지 않아 얇고 작게 만들 수 있었지만 당시 기술로는 압력 손실이 많아 여과능력이 떨어졌다. TF는 먼지 자체를 여과기의 일부로 활용하는 획기적 발상으로 이를 극복했다.

노 연구원은 ”전기집진식은 자석의 양극과 음극이 서로 붙는 힘을 이용하는데, 필터에 들어온 먼지에 고전압의 전기를 통과시켜 먼지를 양극 성질을 띠게 만든 뒤 음극 역할을 하는 알루미늄판에 고전압을 넣어 먼지를 잘 붙게 해 집진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소개했다.

2년 여 노력 끝에 2010년 필터가 완성됐다. 남은 문제는 필터 성능을 눈으로 보여주는 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미세먼지는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어렸을 때 방송사 놀러갔을 때 생방송 무대에서 먼지가 비쳐 보였던 생각이 나 방송장비인 서치라이트를 몇 대 빌려서 공간에 떠 다니는 먼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획기적 제품이다보니 제작장비도 없고, 협력업체에 맡기기도 어려워 초기 시제품은 연구원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하루 최대 100세트까지 조립했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고진감래(苦盡甘來)다. TF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뛰어난 기술을 개발한 기관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장영실상’을 받았다. 이 필터가 들어간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은 모델인 ‘피겨 여왕’ 김연아와 함께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국내 에어컨 소매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나온 에어컨 필터 중 실내 공기를 가장 깨끗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필터라고 자신한다”며 “청정한 환경이 필요한 공장 등 B2B(기업 간 거래) 공조 제품에도 필터가 쓰였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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