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취재X파일] ‘7월 조기개장설(說)’나온 제2롯데월드, 그 뒷 이야기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이달 초. 기자와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던 한 유통업계 취재원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가 ‘7월 조기개장을 준비 중’이란 내용입니다.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난 지 한 달 가량 지났을 때입니다. 언론에 한동안 나오던 ‘5월 조기개장’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마침 기자는 우연히 소개받은 롯데그룹 유통분야의 한 실무급 관계자에게도 관련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2롯데월드 ‘월드몰(저층건물 3개동으로 고층부(타워동)의 아랫부분을 뺀 저층부ㆍ이하 ‘저층동’)’의 개장시점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곳 개장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종 대형매장이 밀집한 초고층 빌딩의 일부(저층동)가 오픈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녀서 입니다. 실제 인근 수요 흡수를 기대한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훈풍을 타고 있습니다. 개장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죠. 주변 중소형 빌딩(매맷값 300억원 이하) 거래량은 1분기에만 작년 전체 기록을 깼습니다(헤럴드경제 5월15일자‘[르포] 제2롯데월드효과, “좋아질 것”vs“교통지옥 될 것” ’ 참조). 

기존 상가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거대 상권 탄생을 준비중이었습니다.

기자는 롯데ㆍ서울시 관계자부터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각자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었습니다. 결국은 돈 때문입니다. 
사진=장식된 조명이 켜진 제2롯데월드 고층부의 아랫부분(5월 13일 오후7시께 촬영)

▶ “7월 18일” 설?…롯데, 극구 부인하면서도 “이제나 저제나…” = 기자는 당시 만났던 그 실무 관계자와 다시 접촉했습니다. 제2롯데월드의 7월 18일 조기개장이 진짜 맞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오픈일이 늦어져 마케팅 매몰비용 등도 계속 늘고 있다. 이 비용 가운데 (해외수입 전문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등에) 입점 예정된 해외 업체에 줘야 할 손해배상액 비중 등도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5월 초 현재 (내부 자료 상)최신 업데이트된 예상 개장일이 7월18일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7월18일 설’과 관련, “그 쯤 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사실상 우리(롯데)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날짜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월드몰 공사 거의 완료됐지만,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고층부 공사”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인허가 주체는 저층동이 개장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공사 중일 고층부에서 돌이나 공사자재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부적으론 고층부 완공 때 까지 저층동 인허가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고 덧붙입니다.

결국,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을 두고 일부 담당부서들은 향후 예상될 ‘지연비용’을 내부적으로 고려한 겁니다. 그렇게 잡아놓은 시나리오 상 날짜 중 가장 최신버전이 ‘7월18일’이라는 이야깁니다.

기자는 재확인을 위해 또 다른 롯데그룹 관계자에게 문의했습니다. 그는 관련 설을 극구 부인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월드동 완공시점은 5월 말∼6월초로 잡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조기개장일이나 오픈시점은 서울시 인허가(임시사용승인)가 나는 날로 잡고 있다. (현재) 그룹 최고위층도 인허가 나는 때만 ‘이제나 저제나’ 보고 있다. 정확한 오픈시점은 그룹 내 누구도 대외적으로 말이 없다”

제2롯데월드 사업시행자인 롯데물산에도 연락했습니다. 물산 관계자의 말입니다.

“(저층동)입점업체들은 90%이상 확정돼 내부인테리어 중이다. 하지만 오픈일자는 내부적으로조차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또 “11일 신동빈 회장 현장방문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 안전의식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조기개장 독려와는) 전혀 관련없다. 현재 저층동 완공일정만 맞춰가는 상태며, 4월 인명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당국 감독도 받는 등 사고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진=퇴근길 무렵의 제2롯데월드 인근, 올림픽로는 공사중이다 (5월13일 오후7시께 촬영)

▶ 서울시 “롯데, 조기개장 움직임 전혀 없다” =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의 핵심 키를 쥔 서울시 반응은 어떨까요?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픈일자가 정해져 있단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롯데는 임시사용승인신청서 제출조차 안 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의 이같은 반응을 뒷받침하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13일 있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사현장 방문입니다. 박 시장은 ‘시민 안전 위협하면 (개장)용납 않겠다’고 언급합니다.

언론들은 관련 기사를 쏟았습니다. 서울시는 롯데건설에 대한 1차 점검에서 안전 위협 사례 수 백 건을 적발해 다음달께 최종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롯데 측이 조기개장에 속도를 내려고 내놓을 카드는 없을까요?

유력한 것 중 하나는 교통입니다.

만약 롯데 측에서 조기개장을 앞당기기 위해 서울시에 뭔가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면 교통분야에서 나올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세간의 분석입니다.

지금껏 내놓은 교통대책도 총 수천억원 규모라고 롯데그룹 관계자는 털어놨습니다. 상당히 크죠

하지만 눈에 띄는 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 측이 (조기개장)시점을 앞당겨 부분개장이라도 추진하려고 내놓은 파격적인 제안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 이해관계 엇갈린 사람들 = 기자는 시선을 현장 인근 송파구 주민에게 돌렸습니다. 특이점이 나옵니다. 반응이 극과 극입니다. 잠실5단지 주민이나 단지 내 공인중개사들은 들떠 있습니다. 5단지 한 공인중개사의 말입니다.

“제2롯데월드는 (빨리 개장할 수록) 주변 아파트에 엄청난 호재다”

그 뒤의 말은 모두 이 내용을 수식한 찬사라서 생략합니다.

그런데 일부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롯데 측에 돈을 달라고 요구한 모양입니다. 공사현장 때문에 소음과 정신적 피해가 심하니 배상하라는 논리죠. 그런데 그 과정이 재밌습니다. 제2롯데월드 측이 진행하는 ‘현장투어’에 참여했다는 한 송파구 주민의 증언입니다.

“투어가 끝나고 회사 관계자가 차 한 잔 하라고 하는데…(중략) 순수하게 구경 온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전부 인근 단지 사람들이었죠. 이들은 롯데 측에 세 차례에 걸쳐 돈을 달라 요구하더군요. 그들은 시공(착공) 때 한번, 중간에 한번, 완공 후 한번씩 돈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아파트 주민을 뺀 다른 송파구 주민도 ‘지나치게’ 큰 저 건물을 몹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인근 주민 최 모씨를 비롯, 제2롯데월드 앞 차도를 통해 통근하는 주민 몇몇은 아예 큰 길로 차 끌고 다니기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주민은 “(제2롯데월드가 세워지면)교통 뿐 아니라 삶의 질도 떨어질 것 같았다”며 잠실5단지에서 최근 이사했습니다.

송파구 딴 동네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반응입니다. 방이동 A공인 송 모 대표의 말입니다.

“123층이 주변 집값을 올려요? 그런 시절은 지났습니다. 잠실 5단지같은 재건축 아파트나 좀 오를까…”

취재를 마친 기자는 문득 서글퍼졌습니다. 결국 저 123층 빌딩은 거대한 욕망 덩어리로 보였습니다. 조기개장을 하는 것도 돈을 아끼기 위해섭니다. 인근 주민도 돈을 벌게 되니 좋아합니다. 돈을 못 벌 것 같은 이들은 돈을 달라고 합니다. 아니면 냉소합니다. 안전이 의심스럽고, 도로에 차 몰고 나오는 게 무서운 사람은 그곳을 피합니다.

또 하나,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저 큰 구조물로 가장 큰 돈을 버는 이는 누구일까요?

즉답 대신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최근 펴낸 <21세기의 자본>의 소개 기사를 인용합니다.

“(중략) 한마디로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버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가 타인보다 빠른 이는 누굴지…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