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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직 만족도↓…우울한 스승의날 “오죽하면 학교를 떠나겠습니까”
[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오죽하면 학교를 떠나겠습니까. 사명감을 갖고 버텨보기도 했지만 회의감만 점점 더 커졌고, 스트레스도 심각했습니다.” (56세ㆍ 퇴직 교사)

“요즘 교사의 위상이 어디 예전만 합니까. 학원 강사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요즘 같아서는 정말 교사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43ㆍ고등학교 현직교사)

15일 스승의 날 의미가 위축됐다. 아니, 참담해졌다. 교사는 자랑스럽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선 교권이 땅에 떨어진지 오래고, 교직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학교는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로 바람 잘 날 없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스승의 날’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교단에 여러가지 우울증이 겹치면서 스승의 날 의미가 퇴색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계에 대한 곱잖은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선생님들로선 부담스럽다. 사진은 희생자 추모 열기로 가득찬 안산 단원고의 학교 정문.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이러한 현실 속에 교직에 회의를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실제 올들어서만 퇴직을 신청한 교사만 전국적으로 5000명이 넘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교원들 사이에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했다.

많은 교사들이 교사로서 사명의식을 갖고 버텨보기도 하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이 이마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그 열풍은 불고 있으며, 학교는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는 사교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교사의 권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학교와 교직사회 전반에 미친 파장도 심각하다. 교사 상당수가 세월호 참사로 수업전후 불안ㆍ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교단 우울증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경기도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K모 교사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운명을 달리하면서 같은 교사로서 회의감이 더 크게 든다”고 토로했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 학생 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요즘 교사들 상당수는 성적보다는 인성을 갖춘 제자를 선호하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그만큼 학생들 인성 교육에 쩔쩔매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제자 유형에 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예절바른 학생(36.2%)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반면 학업성적이 높은 학생(0.2%), 재능이 많고 창의성이 풍부한 학생(2.8%), 지도력 있고 활동적인 학생(2.3%) 등을 선택한 교사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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