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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관유착, 청부 입법 관행에 조직도 법도 허술…정부 불신으로 귀결
[헤럴드경제 = 하남현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정부에 대한 불신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 무능에 따른 것이다. 사실 이같은 정부의 무기력함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행정력의 근간이 되는 조직과 입법 어느 하나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안전을 책임질 콘트롤타워도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다. 조직의 허점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관피아(官+마피아)’로 대변되는 민관유착은 허술한 조직의 힘마저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행정부와 국회는 짬짜미를 통해 법안 심사과정을 대폭 생략할 수 있는 ‘청부입법’으로 날림 법안을 양산해냈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정부는 위기때 무능함을 보여줬고, 이는 곧 정부에 대한 불신의 원천이 됐다.

▶ 허술한 조직에 민관유착으로 감독권 마비 =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보여준 정부의 시스템은 낙제점이었다. 해상안전과 관련된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을 포함해 전 부처는 초미의 사고에 허둥지둥이었다. ‘승객 전원 구조’라는 그릇된 정보부터 십여 차례 가까이 탑승객의 숫자를 번복하는 어이없는 행태는 기본도 안된 정부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불신을 잉태했다.

기저에 드러난 보다 큰 문제는 ‘민관유착’이라는 적폐다. 그 중심에는 관피아가 존재했다.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농간 속에 해수부와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은 해양 안전의 기초가 되는 선박 검사를 부실처리했다. 관련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기본이 지켜졌다면 세월호는 절대로 출항할 수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해수부 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관피아 논란 속에 자유로울 수 없는 지경이다. 산하 공공기관은 물론 정부가 일정 감독권한을 위임한 자율규제기관에 관피아는 깊숙이 뿌리박혔다.

관피아를 중심으로 한 유착관계속에 꼭 필요한 정부의 감독은 있으나마다. 이같은 민간유착은 언제든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출연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소위 원전마피아의 경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그 실체가 드러났지만 이번 사고처럼 큰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 병폐가 파악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검증절차 없이 날림입법 양산 = 안전 법체계도 구멍이 뚫리기는 매한가지다. 규제 혁파를 빌미로 여객선령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등 안전에 대해서는 법 역시 눈을 감았다.

이같은 현상의 근원에는 청부입법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법안을 만들려면 관계부처 합의와 입법예고로 시작해 법제처 심사 → 차관회의ㆍ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국회 상임위ㆍ법사위ㆍ본회의 심사→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법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신중의 신중을 거듭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을 편법적으로 생략할 방법이 있다. 바로 청부입법이다. 행정부처가 국회의원과 뜻을 같이해 정부입법을 의원입법으로 돌리는 것이다.

원칙대로 과정을 거치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편법을 통해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날림은 허술함과 다름아니다. 예산을 고려하지 않거나 잘못된 규제를 양산하는 일, 혹은 안전 규제 완화 등의 문제점을 양산한다. 쏠림 현상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세월호 사건이후 안전관련 입법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과거행태를 볼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안전강화 법안은 찾아보기 어려워 진다.

그럼에도 이같은 청부입법 행태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5대 국회에서 41.2%에 불과하던 의원입법(가결 건수 기준) 비중은 19대 국회에서 81.7%로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정부입법 비중은 58.8%에서 18.3%로 급감했다.

행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의원이 행정부 관료들의 청부입법 부탁을 수용하면 인심도 쓰면서 입법 실적을 올리기도 쉽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부입법을 포함해 의원입법의 폐해를 덜어낼 개선 작업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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