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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고승희> 공영방송 KBS의 위기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공영방송 KBS가 겪고 있는 내홍은 참혹한 수준이다. 참사 보도를 놓고 평기자와 간부급의 이견은 커졌고, KBS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와 상처를 키웠다. KBS 보도국장은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하며, 그간의 행보를 뒤집는 폭로성 발언으로 KBS의 공정성ㆍ독립성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내놓은 성명은 무려 10여건에 달한다. 사고 초기 잇따른 오보를 내고도 ‘사과하지 않는 방송’, 언딘 의혹과 가족들의 울분은 담지 않는 ‘침묵하는 방송’이라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국민의 방송’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던 막내급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자사 보도에 대해 각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사측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자사보도에 대해선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녹였다’며 자화자찬했고, 후배들의 반성에 대해 한 간부는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기자들의 “‘반성문’을 빙자한 집단 반발”이라고 비난했다.

내부갈등은 극에 달하고, 유가족 항의가 거세지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논란이 된 ‘교통사고와 세월호 사망자 수 비교’, ‘앵커 검은 옷 착용 금지’ 발언을 해명하고 자진사퇴의사를 밝힌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폭로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이후 이틀 연속 성명서를 발표, “보도국장 사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며 “보도와 관련한 간섭의 내용, 청와대 압력의 정황을 밝히고 즉각 물러나라”고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KBS의 보도 공정성, 독립성 문제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어제 오늘 거론된 문제는 아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3월 “KBS 기자들 사이에선 보도국에 머물 바엔 타부서로의 인사를 희망할 정도로 기자들의 자율성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BS 보도국장이 사임하던 지난 9일에도 메인뉴스인 ‘KBS 뉴스9’의 첫 꼭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비 진작 발언에 관한 보도였다.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가 말하는 ‘국민’은 누구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고승희 엔터팀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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