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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만 잘 그린다고 능사는 아니죠”
-쌤소나이트 아트콜라보레이션 대상 현보경 작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국내 미술계에서 이름조차 생소한 신세대 작가의 작품이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의 2014년 아트 콜라보레이션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서른살 회화 작가 현보경.

쌤소나이트는 2011년부터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디자인 혁신(Design Innovation)을 꾀하고 있다. 배병우, 이용백, 황주리 등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해 매해 화제를 불렀다. 올해는 기성 작가 대신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했다. 젊고 개성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개인전 및 단체전 참여 횟수를 5회 이하로 제한했다. 현보경은 공모작들 중 쌤소나이트 본사, 전문 심사위원, 그리고 온라인 투표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해 대상에 선정됐다. ‘조화(Harmony)’를 주제로 그린 현보경의 작품 ‘묶다’ 는 올 가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도 별도 부스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샘소나이트]

현재 프랑스 마르세이유(Marseille)의 ESADAMM(Ecole supérieure d’art et de design Marseille-Méditerranée)에서 유학 중인 현보경 작가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타고난 재능, 부모님의 유전자 덕분=“어릴적 모자이크라는 미술 과제가 있었는데 다 하지 못 하고 잠이 들었죠. 잠든 저 대신 어머니께서 밤새 과제를 다 해놓으셨더라고요. 어머니의 모자이크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습니다”

현보경은 어릴 적부터 크레파스를 쥐어 주신 어머니, 5살때 스케치북에 그린 낙서같은 그림을 잡지 공모전에 출품시켜 주신 어머니, 그리고 타고난 감각을 물려주신 어머니 덕분에, 가장 잘하는 일도 그림, 가장 좋아하는 일도 그림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한남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작품활동의 폭을 넓히고자 스물일곱살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머나먼 타국에서 언어가 아닌 예술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무한한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그 관계들을 때론 단단하게 묶고 싶어 하기도, 또 한순간 끊어내 버리고 싶어 하기도 하죠.”

현보경은 자신의 작품 ‘묶다’에서 만물의 관계를 끈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관계속에서 나의 존재방식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소통을 꾀했다.

▶‘문화예술 선진국’ 프랑스에서 배우다= “한국 학생들은 정말 잘 그려요. 문제는 정말 잘 그리기만 한다는 점입니다. 문법에만 사로잡혀 자유로운 회화 구사력이 떨어지는 한국식 영어와 똑같아요”

미술학도로서 현보경은 한국 ‘입시미술’의 한계를 지적했다. 예컨대 프랑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입시전문 미술학원이 한국에는 존재한다는 것. 프랑스에서는 예술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전문적인 배움없이 스스로 창작한 작품으로 입학 시험을 치르는 반면,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입시학원을 거친다. 그래서 한국의 미술학도들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지만, 프랑스 학생들에 비해 창의성과 철학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또한 한국에서 입시학원을 거쳐 미술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한 미술학도로서 스스로 알 수 없는 자신감과 ‘똥고집’에 사로잡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각 지역마다 예술학교가 있고 예술가들을 위한 아틀리에를 마련해 국가차원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 줍니다. 졸업 후의 행보를 대비하기 위해 각종 포럼을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학비도 매우 저렴하죠.”

그는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아낌없이 후원하는 문화예술 선진국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한국의 미술 교육에 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보란 듯이 창작활동을 펼쳐 빡빡한 세상에 한줄기 ‘소나기’가 되고 싶다는 현보경, 한국 미술계의 발전에 또 하나의 발판을 만들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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