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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블루오션 개척자…불황때 덤핑 수주 ‘부메랑’
‘최단기간 급성장’ 새 역사 썼지만…STX가 조선업계에 남긴 명암
“빅3와 경쟁 역부족” 우려딛고 크루즈 선점
2007년 노르웨이 ‘아커야즈’ 인수 승승장구
블루오션분야 개척…한국조선 영향력 확대

2008년 美 금융위기 ‘저가수주’ 잇단 논란
건조자금 부담 악순환…대규모 계약취소로
유동성 부족 장기화 주력계열사 몰락 야기


STX가 조선업계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빅3에 비해 한참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크루즈선 등 기존 업체들이 진출을 망설이던 분야를 선점하며 업계를 긴장시켰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덤핑수주다. 불황기에 유동성 확보를 목표로 저가 수주를 이어가며 국내 조선업계에 혼란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 ‘한국 조선’ 크루즈선 시장 진출 이끌어=STX그룹이 지난 2007년 10월 노르웨이 크루즈선 제조업체 ‘아커야즈(Aker Yards)’ 인수를 발표했을 당시 국내 조선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2001년 STX조선해양을 설립하며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빅3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가나다 순)과 경쟁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당시의 평가였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가 진출하지 못한 몇 안되는 ‘블루오션’으로 손꼽히던 크루즈선 시장을 STX가 선점하면서 이같은 평가가 무색해졌다. 일찍부터 크루즈선 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삼성중공업이나, 아커야즈 인수를 검토했던 대우조선해양보다 후발주자인 STX가 앞서 나가게됐기 때문이다. 


이듬해 3월 유럽연합(EU)이 6개월의 장고 끝에 STX그룹의 아커야즈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STX는 한국 조선업의 크루즈선 제조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아커야즈를 전신으로 출범한 STX유럽은 2009년 10월 세계 최대 크루즈선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호<작은 사진>를 만들어 인도한다.

업계에서는 아커야즈가 크루즈선 제조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STX가 자체적으로 크루즈선을 건조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긴 하지만 STX가 크루즈선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STX는 이처럼 ‘블루오션’ 분야를 개척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한국 조선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내 기업의 진출이 더뎠던 크루즈선, 해양작업지원선 등의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 조선의 비중을 늘려갔수 있었다.

한 대형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7~2008년에는 ‘빅3’에서 STX로 인력이 대거 이동하는 일도 많았다. 빅3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더 많았지만 짧은 역사에 비하면 빠른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불황기 ‘덤핑 수주’로 시장 혼란 비판도
=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황기에 STX가 덤핑수주에 나서며 국내 조선업계에 혼란을 줬다는 지적도 많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후 전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하며 ‘수주 가뭄’이 이어진다. 2009년 6월 STX조선은 국내 업계 중 최초로 상선 수주에 성공한다. 하지만 전년보다 20% 가량 낮은 선가로 수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에서 ‘덤핑 수주’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당시 STX조선은 5만400DWT급 탱커 8척을 3억4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한 척당 가격은 4250만 달러 수준이었다. 전년도 선가(5350만달러)에 비해 1000만 달러 가량 떨어진 가격이었다.

지난 2012년 12월엔 영국 선사 BP쉬핑으로부터 16만DWT(재화중량톤수)급 유조선 탱커 3척과 11만DWT급 탱커 10척을 약 7500억원에 수주했을 당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던 한 국내 조선업체는 BP쉬핑과 다수의 계약 실적이 있었음에도 STX에 계약을 내줘야 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당시 STX가 너무 싼 가격에 들어오는 바람에 수주를 따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도 “불황기에 모든 조선업체가 울며 겨자먹기로 저가수주에 나섰던 것은 사실이지만 STX는 좀 더 심했다. 선주들도 당시에는 가격 경쟁력을 우선 순위에 두다 보니 이런 전략이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저가수주는 STX의 발목을 잡았다. 일단 선수금을 받아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충당했지만 애당초 수지가 맞지 않는 가격이다보니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금이 계약금보다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 3월 STX조선이 과거에 수주한 50여척에 대하 수주 취소를 결정했다. 계약 취소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저가 수주 물량을 안고 가기에는 기업 회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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