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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메트로, 안전점검은 ‘뒷전’ 안전평가는 ‘만점’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서울메트로가 고장난 신호기를 방치하는 등 안전점검은 뒷전이면서도 자체적으로 평가한 안전부문 성과점수는 만점을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점수는 성과급과 직결되는 만큼 관행적으로 ‘챙겨주기식’ 경영평가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서울메트로 경영관리처가 작성한 경영평가를 보면 서울메트로가 지난해 추진한 실행과제 257건 중 ‘정상’으로 평가돼 만점(100점)을 받은 항목은 252개로 집계됐다. 취소된 과제 2개를 제외하면 98.8%에 이르는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지하철 안전 운행을 담당하는 부서인 안전방재처, 차량처, 정비처, 운전처, 종합관제소, 궤도신호사업소 등의 평가는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들 부서의 경영목표는 ‘안전ㆍ정시 운행’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달에도 몇번씩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로 운행 중단, 지연 운행 등의 불편을 겪어야 했던 시민들의 체감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2일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추돌사고와 직접 관련된 부서인 궤도신호사업소는 2호선 열차운행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 궤도밀착형 안전신호기 설치 등 6개 부문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유사한 업무를 하는 궤도신호처 역시 장애 시 신속 복구 등 12개 전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이 신호기 오류라는 점에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평가다.

추돌사고를 막지 못했던 종합관제소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직무역량교육과 종합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전동차 주요 고장 사례집을 제작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사고가 터지자 종합관제소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당시 종합관제소 근무자는 경찰 조사에서 “운행상황판으로는 전동차의 간격이 좁아지는 것을 알 수 없다”고 말해 관제소의 역할에 의구심을 자아냈다.

전동차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정비처는 지난해 안내방송을 개선해 관련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이번 사고에선 안내방송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운전처는 승무원의 안전운행 기량을 향상하고 현장 안전활동을 강화해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사고 전후 대응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사고로 평소 지하철 안전관리는 소홀히 했지만 관련 부서는 최고 점수를 받는 등 자체 경영평가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하철의 특성상 현장평가는 간과한 채 관련 부서가 제출한 문서로만 경영평가가 이뤄지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의 경영평가는 직원들의 급여와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관행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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