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천 분향소 현장, "견딜수 없는 슬픔을…"
[헤럴드경제=김재현ㆍ이수민 기자]단원고 학생들의 비극이 너무 커 조망받지 못했지만 세월호 사고는 안산 단원고 뿐 아니라 인천시민들의 희생도 컸다. 세월호에 탑승한 인천시민은 36명으로 파악됐으며 이 가운데 19명이 구조됐고, 12명이 희생됐으며 5명은 실종상태다. 인천 시민들은 합동 분향소에서 분향하며 인천 시민들과 단원고 학생 등 세월호 승객 모두에 대해 추모하고 있다.

2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의 합동분향소 입구에는 ‘견딜 수 없는 슬픔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조문을 위해 입구로 들어서자 연보라색 조끼를 갖추어 입은 남동구 소속 봉사자들이 인사를 했다. 합동분향소는 ㄷ자 형태로 광장 가장자리를 돌도록 차려져 있었다. 중앙의 분향소만 제외하고 동선을 따라 흰 천막들이 죽 늘어섰다. 합동분향소 안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게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임형주, 윤일상, 김창완씨등 음악가들이 사고를 맞아희생자에게 헌정한 CD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분향소에 들어서자 한 명이 다가와서 손수 옷에 ‘謹弔’라 적힌 검은 리본을 달아주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곳에서 봉사한다는 김모(55ㆍ여)씨는 “자원봉사자 중에 단원고 학생들 또래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 공감하는 부분이 크다”며 “워낙 마음 아픈 일이라 여기서 일하는 6시간이 다른 곳에서 일하는 8시간보다 힘이 든다”고 말했다.


시청 직원에 안내에 따라 조문객들은 헌화를 하고 노란 꽃으로 만든 커다란 리본 문양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함께 분향한유모(30ㆍ여)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큰 아이도 작년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그 곳에 가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며 안경 밑으로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

헌화 이후에는 고인에게 남기고 픈 메시지를 작성한다. 한 여성은 테이블에 앉아 노란 리본에 ‘편히 쉬세요’라는 글귀를 적고 있었다. 어떤 이는 포스트잇을 받아 들고 어떤 말을 쓸까 고심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남성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여성은 “거기서나마 행복하라고 썼다”고 했다. 휠체어에 탄 남성은 남긴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짧게 “잘 살라고”라고 답했다. 조문객들은 글귀를 적은 노란 리본을 마련된 줄에 묶거나 포스트잇을 보드에 붙였다. 명복을 비는 글귀, 하늘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11시가 지나자 비교적 많은 조문객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삼삼오오, 혹은 열 명 넘는 단위까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적십자사 직원 석모(47)씨는 “오전에는 협회나 회사 등 단체에서 많이 오는 편이다. 오후 2~3시 이후에 조문객들이 많다. 가족 단위로는 저녁 7시 이후에 많이 오신다”고 말했다. 직원 예닐곱 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 은행 본부장은 “직원들과 자발적으로 왔다. 이 정도로 크고 마음 아픈 사고가 또 있었나 싶다. 직장에서 기부금도 내려고 알아보고 가는 중이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초록색 옷을 입은 유치원생 열댓 명의 방문도 눈에 띄었다. 소리 내어 흐느끼던 한 중년 여성은 “집에서 자꾸 우니 아버지가 우울하다고 그만 울라고 하시더라. 여기서는 마음껏 울어도 되니까. 다들 내 자식 같고 교복 입은 아이들만 보면 그렇게 귀해 보인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 날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300여 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인천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madp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