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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속 그린스테이션, 재활용 환경 교육의 산실 되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신천초등학교 아이들은 쓰레기 버리는게 즐겁다. 학교안에 새로 생긴 초록색 상자 ‘그린스테이션’에 다 쓴 공책이나 빈 유리병, 또는 페트병을 가져가면 포인트를 쌓아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로는 문화상품권이나 간식거리, 학용품을 살 수 있다. 또 이웃을 위한 기부도 가능하다. 친구들과 스마트폰, 또는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쌓은 포인트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지난 30일 신천초등학교에서는 조그마한 기념식이 열렸다. KT와 한국환경공단이 함께 만든 ‘그린스테이션’ 개소식이다. 교장선생님과 공단, 그리고 KT 관계자들은 1년 동안 준비한 초록색 분리수거 시설과 그 안의 계측장비, 그리고 IT 시스템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때 마침 체육 시간을 마치고 교실로 이동하던 아이들도 그린스테이션 앞에 모였다. 악취나는 우유곽, 무거운 종이를 들고나르는 것이 고역이던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60인치 대형 TV 모니터가 놓인 이곳은 더 이상 쓰레기장이 아니였다.


저울위에 놓인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손수 종이와 고철, 플라스틱을 차곡차곡 쌓는 것, 또 화면에 나오는 환경 관련 만화 모두 아이들에게는 교육 그 자체다.

그린스테이션은 학교 및 공동주택의 생활 폐자원을 수거하는 IT 솔루션이다. 사용자가 그린스테이션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통해 재활용 분리배출 교육에 참여하거나 그린스테이션이 설치된 장소에 생활 폐자원을 분리 배출하면 개인별로 발급된 카드를 통해 포인트로 보상해줌으로써 생활 폐자원 회수율을 높이는 아이템이다. 여기에 와이브로로 연결된 저울, 그리고 재활용 쓰래기의 개인별 배출량부터 종류, 그리고 최종 수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더해졌다.

그린스테이션을 운영하는 KT와 환경관리공단은 이렇게 모은 재활용 자원을 매주 두세차례 수거해간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이익금은 학생들에게 포인트로, 또 시설 관리유지 비용 및 학교 발전기금으로 돌아간다.

그린스테이션 관계자는 “일단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이익창출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파트단지, 각급 학교로 그린스테이션이 확산된다면, 이 자체로도 수익성을 가진 훌륭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테이션의 탄생은 59%에 불과한 생활 폐자원 분리배출 회수율에서 출발했다. 오래전부터 분리배출과 재활용에 대한 교육이나 캠페인은 있었지만, 막상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번거롭고 낯선 일일 뿐이였다. 이 와중에 하루에도 수십, 수백톤씩 쏟아지는 생활 자원들이 소각, 매립됨에 따라 환경오염은 계속 가중되어 왔다. 


우리나라에 자원 재활용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80년, 폐기물 재활용시설 설치, 비축기지, 시범단지 운영 등을 담당하는 한국자원재생공사가 설립되면서 부터다. 집에서 모은 신문지를 학교에 가져가고, 빈병을 동내 구멍가게에 가져가면 10원자리 몇 개로 돌려주는 모습도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활용 시스템은 여전히 기대 이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집계한 폐기물 통계연감에 따르면 2012년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하루 평균 4만8990톤에 달한다.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을 빼고도 국민 한 사람이 생활하면서 매일 평균 0.95㎏의 쓰래기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생활폐기물의 재활용율은 59.1%에 불과하다. 아직도 재활용 가능한 폐지나 금속, 플라스틱 절반을 땅 속에 묻거나, 소각장에서 태워버리는 현실이다. 그나마 재활용품으로 모인 폐기물도 일부만 새생명을 얻을 뿐, 많은 양이 또 다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곤 한다.

그린스테이션 관계자는 “결국 배출 단계에서 부터 재질별, 용도별로 나눠 내보내는 생활 교육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1000만원에 달하는 시설투자와 운영을 위한 비용을 생각하면 아직은 부족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재활용 교육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투자 가치는 높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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