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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한국식 천민자본주의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造船)강국인데 하필이면 일본의 오래된 중고 선박을 들여온 이유가 뭐죠” “배가 기울어져 침몰 직전인데도 왜 대부분의 학생들이 바다에 뛰어들지 않은 겁니까” “한국은 중국보다 훨씬 발전된 국가로 알고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세월호 참사사건을 접한 중국인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의문점 가운데 몇 가지다. 세월호의 희생자 승객에는 중국인 4명도 포함되어있다. 그만큼 이번 사고에 대한 중국 언론들의 관심은 높다.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중국 언론들의 보도에 접한 중국인들은 “정말 믿기 어렵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사건이 일어난 아침 필자는 베이징에 있었지만 “진도 근해에서 여객선이 침몰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근해에서 천천히 침몰하고 있으니 모두가 안전하게 구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차디찬 바다물 속에 어린 영혼들을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천민 자본주의’가 낳은 최악의 비극이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비용을 줄이기위해 수명이 거의 다된 중고선박을 들여왔다. 폐기처분돼야할 일본 배가 수입될 수 있었던 것은 해운사의 비용절감을 이유로 내세워 선박의 운항수명을 완화한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이었다. 회사 경영진과 오너의 돈벌이 욕심은 이뿐이 아니었다. 승객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무리하게 객실을 증축했고 돈을 더 벌기 위해 과적운항을 일삼았다.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단기 계약직도 대거 채용했다.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져야하는 선장은 월급 270만원 받는 1년 계약직이었다. 나머지 선원들도 대부분 6개월~1년의 계약직이었다. 이들에게 직업윤리나 책임의식, 사명감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선박을 점검하고 운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관련 기관들 역시 이해관계에 얽혀 제 역할을 못했다. 결국 ‘천민 자본주의’의 조력자에 불과했다.

중국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국 특색의 천민자본주의’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를 도입함으로써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지금은 심각한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겪고있다. 한국 역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지만 물질주의와 탐욕, 생명경시 풍조는 한국 사회를 뒤덮고있다.

책임과 헌신 대신 결과와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가 되면서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이는 높은 자살률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자살률은 독보적 1위다.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의 모습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주의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정신은 실종됐고 이기적인 탐욕과 자본의 종교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른들의 ‘돈 욕심’으로 꽃이 피기도 전에 지고 만 아이들, 이들의 죽음은 한국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배워할 교훈이 산처럼 쌓여있다. 아이들이 울린 경종을 우리들은 천금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영서 베이징 특파원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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