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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법’ 부실 개정…국회도 할말 없다
운항관리자 직무이행 의무 규정
벌칙조항 변경 실수로 유명무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국회 졸속 입법과 부실이 여실히 나타났다. 2년 전 해양수산부가 만든 허술한 해운법을 입법기관인 국회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방치하면서, 죄를 지어도 처벌할 수 없는 ‘엉터리 해운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뒤늦게 부랴부랴 관련법 정비에 나서면서 한편으론 ‘부실 입법’에 대해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012년 5월 정부제출 법안 3건과 의원발의 법안 4건이 묶인 ‘해운법 개정안’(국토교통위원회 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운항관리자의 직무 이행 의무를 규정하는 22조 규정에 신규조항을 넣었다. 신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조항인 22조 3항은 22조 4항으로 밀렸다. 그런데 이에 따라 벌칙조항도 “22조 3항을 어겼을 때”를 “22조 4항을 어겼을 때”로 바꿔야 했지만 법안 심의기관인 국회는 어이없게도 이런 간단한 조항 변경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같은 오류를 바로잡지 못한 데 대한 책임소재를 두고 네 탓 공방이다. 2012년 해운법 개정안이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심사했을 당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최규성 의원도 22조에 새로 1항을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벌칙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벌칙조항을 왜 내가 만들어야 하냐”고 했고, 최 의원은 “전문위원 소관 업무”라고 했다.

반면 국회 법제실은 “우리가 실수를 한 부분은 있다”면서도 “의원 이름으로 대표 발의된 부분에 대해선 의원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도 “법제실은 의원 보좌를 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검토해 준 것만 믿고 발의한 의원실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설령 의원발의가 미비하더라도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 전문위원들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이같은 오류를 바로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 전문위원은 “실수는 인정하지만 (자신은)당시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고, 또 담당자는 회의중이라서…”라며 말을 돌렸다.

이처럼 국회 법제실, 의원실, 상임위ㆍ법사위 전문위원의 법안 심사과정에서 법안의 오류가 지적되지 못하면서 결국 이 법은 상임위 위원장(새누리당 장광근 전 의원)의 대안으로 최종 성안,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셈이 됐다.

한편 관리 부실이 드러나도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누락된 이 같은 해운법은 이달 들어서야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과 새정치연합 이찬열 의원이 해운법의 오류를 수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해수부는 뒤늦게 “지난해 11월 의원입법을 의뢰한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의원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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