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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앞에 자취감춘 선거정국…여야 전략 · 투표율 초비상
정부에 대한 분노 정치권 불똥 땐
선거 기피현상 뒤따를 우려
2002년 월드컵 이후 최악 전망도

모든 이슈 ‘안전’에 가려져
민생·이념 등 프레임 전략도 불가


세월호 침몰사고 후 6ㆍ4지방선거 모든 일정과 선거운동이 중단되며 한 치 앞의 판도조차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형참사로 충격에 빠진 국민 앞에 여야가 그간 지방선거 키워드로 제시해온 민생 프레임은 이미 무색해졌다. 정부를 향한 분노가 정치권으로 불붙을 경우 국민들의 선거 기피현상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게인 2002년? 세월호 블랙홀에 빠지나= 세월호 사고 직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경쟁적으로 민생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민생을 가로막는 야당을 제압해 지방정부를 심판하겠다고 공세를 펼쳤고, 새정치연합은 민생을 저버린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맞섰다. 이 같은 민생 프레임은 각당의 지방선거 대표공약에 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후 정치권에서 강조했던 민생이라는 말이 묻히고 있다는 평가다. 세월호 사고에 모든 선거 이슈가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안전하지 못한 한국, 무능한 정부시스템에만 쏠려 있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념색깔은 쏙 뺀 무색무취의 정책들만 수면 위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태풍, 홍수, 산사태 등 각종 재난대책과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정부의 안전대책 강화에 힘을 실어주고, 새정치연합은 지속적으로 정부ㆍ여당의 무능함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배 본부장은 “후보자 간 토론에서도 해당 지역의 안전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경우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든 선거 이슈가 ‘안전’으로 쏠리는 것과 정반대로 안전 문제 때문에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낮아질 수 있다는우려도 나온다. 마치 지난 3회 지방선거(2002년)의 복사판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ㆍ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르면서 당시 지방선거는 철저히 월드컵에 가려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역대 최저 투표율? 정치 혐오증 불 보듯= 문제는 한ㆍ일월드컵 후폭풍보다 세월호 사고가 더 거셀 수 있다는 데 있다. 3회 지방선거는 월드컵이라는 축제에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적 분노와 불신이 선거로 옮겨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 역대 지방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5회차 지방선거 동안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때는 3회로 48.9%였다. 국민 전체의 절반이 참여하지도 않은 채 선거를 치른 셈이다.

이번 6회 지방선거는 이보다 더 내려가 40%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따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상 지방선거는 50% 이상의 투표율은 보였는데 이번에는 최악의 경우 10%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의(民意)를 담는 데 사실상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국민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염증이 투표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신 교수는 “세월호 사고는 전 국민의 정치적 혐오증을 키우며 그 분노를 공유하게 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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