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당장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국가적 참사를 정교하게 수습해야 하는데 공복(公僕)의 일사불란한 모습은 찾기 어려워서다. 박 대통령은 올 초부터 공무원의 자세ㆍ신념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 형국이다. 비정상의 정상화ㆍ규제개혁ㆍ창조경제 구현 등 산적한 국정과제 실현에 동력이 돼야 할 공무원이 되레 짐이 돼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기초부터 다시 가르치고 지시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거듭되고 있다.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세월호 침몰 관련 특별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무려 18개 항목에 달하는 지시사항을 쏟아냈다. 각 계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점을 거의 모두 숙지한 박 대통령은 작정하고 공무원을 질타하고, 신속하게 움직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 복무 태도와 관련, 가장 기초적인 부분까지 언급해야 했다. 그는 “공직기강 확립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는 자리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생명처럼 여기고, 어떤 일도 완수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복지부동이 체화된 공무원 집단에 크게 실망하고 질책한 셈이다.
그는 “모든 공직자들은 나의 작은 업무 태도 하나가 국민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호소에 가까운 당부를 했다.
박 대통령은 보다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는 “지금 ‘불신의 벽’이 높다”면서 “반드시 안전행정과 책임행정을 이뤄서 ‘불신의 벽’을 ‘신뢰와 믿음의 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복무 기본 자세를 강조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0일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도 규제개혁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공무원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규제개혁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라며 “아무리 정부가 나서고 대통령이 나서도 실제적인 행정의 키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의지가 없다면 현장에서 사장돼 버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시에도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고, 그로부터 32일이 흘러 세월호 침몰 희생자가 크게 불어난 전날에도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우리 정부에서는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