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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러코스터 소비심리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거나’…명품의 초고가화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점차 살아나듯 하던 소비심리가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17일간 백화점 봄 정기세일은 당초 기대를 밑돌았고, 현장에선 “소비심리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좀체 감을 잡을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소비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소비심리와는 달리 고가의 해외명품은 브레이크 없는 고속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 현장에선 “어중간한 가격대는 팔리지 않는다.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싸야만 지갑을 열게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소비 양극화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사진설명=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아주 비싼 것만 찾는 역설적인 소비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고가의 해외명품 매출은 12~38.1% 증가했다. 전체 백화점 매출이 기껏해야 4%대 성장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본점 에비뉴엘의 경우 1~3월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19% 성장했다. 특히 까르띠에와 불가리 등 초고가의 명품시계 매출은 32% 늘어났다. 이외에도 젊은감성의 해외패션(22.5%), 해외의류(18%), 샤넬 등 패션잡화(18%), 레저(18%) 등 해외 명품군은 품목별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한민국 소비 1번지 강남권의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역시 1분기 해외명품 매출은 22.3% 증가한 반면, 전체 매출은 고작 8.3% 늘어나는데 그쳤다. 리뉴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무역센터점만이 명품(38.1%) 뿐 아니라 전체(19.3%)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했을 뿐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올 1분기 명품은 지난해 보다 12% 늘어났다. 특히 갤러리아웨스트가 리뉴얼공사로 인해 올 1월부터 3월 12일까지 휴관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실제 지난 3월 13일 새로 개장한 갤러리아명품관 웨스트의 매출은 이달 12일까지 지난해 보다 무려 33% 성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명품의 경우 소비심리와는 상관없이 꾸준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특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방 등 여성 잡화 위주로 펼쳐지던 해외명품 시장이 최근 들어선 패션에서부터 초고가의 보석류와 시계류로 확장되는 등 해외명품도 점차 하이레벨 쪽으로 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색한 봄 정기세일...‘설 자리 잃은 중간’=반면 밑바닥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3월초까지만 해도 백화점의 비수기라고 불리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고객들로 북적이던 백화점이 막상 봄 정기세일 동안엔 오히려 매출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17일간 봄 정기세일 매출 신장률은 기존점 기준으로 3.8%에 그쳤다. 세일 중반까지만 해도 4.5%를 넘어서던 신장률이 세일 막판 들어서 급격하게 고꾸라진 셈이다. 이는 지난해 4월 봄 정기세일 기간 동안 기존점 기준으로 5.7% 신장했던 것에 비해서도 2%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 봄 정기세일 실적은 2.0% 신장에 그쳤다.

특히 소비심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여성캐주얼과 여성정장, 남성캐주얼, 남성정장은 모두 역신장을 기록했다. 여성캐주얼과 남성캐주얼 매출이 각각 1.4%, 1.3% 빠졌으며, 여성정장과 남성정장은 각각 3.3%, 2.9% 매출이 떨어졌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동향을 보면 아주 비싸거나, 아니면 아주 싸야만 한다”며 “세일이 백화점 매출을 떠받들고는 있지만, 세일 기간에도 어중간한 가격대의 상품은 잘 팔리지 않아 소비양극화 정도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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