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품을 만들다 새롭게 뛰어든 사업 부문은 커지고,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부문은 사양길로 접어들거나 밖으로 떼어낸 결과다. 이러다보니 회사 이름도 당초의 작명 취지와 달리 어색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제일모직은 케미칼ㆍ전자재료 전문 업체로 탈바꿈했다. 한 동안 사명과 업종이 전혀 달랐던 셈인데, 최근 삼성SDI와 합병을 결정하며 어울리지 않는 명찰을 떼게 됐다.
그런데 삼성SDI도 어색해졌다. 원래 사명은 삼성전관이었고, TVㆍ모니터용 브라운관(CRT)과 평판 TV 시대를 열었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을 생산하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그런데 지금 유일하게 남은 PDP 부문은 사양길로 접어들며 매출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이익도 나지 않는다. PDP 경쟁자였던 파나소닉(일본)도 지난해 이미 관련 사업을 접었다. 현재 매출의 3분의 2가 2차전지 관련이다. 배터리 회사로 바뀌다보니 이름에 있는 ‘D’(Display와 Digital), ‘I’(Interface와 Internet component)가 무색해졌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부품을 공급해오며 IT 부문 명맥을 유지했던 삼성테크윈은 최근 해당 사업부문을 1500억원에 신설법인인 MDS에 넘기기로 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업종은 ‘사진기, 영사기 및 관련장비 제조업’이다. 그런데 이같은 업종분류와관련있는 보안장비분야 매출은 4분의 1이 안되고, 오히려 엔진ㆍ발전 그리고 방산 매출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올 해부터는 IT부문 비중은 아예 10% 아래로 떨어진다. 제조업인 이상 ‘기술의 승리’라는 사명이 어색하지는 않지만, 애초 작명 때 취지와는 상당히 다른 기업내용을 갖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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