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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대형참사 반복史…우리는 잊는가? 잊으려 하는가?
삼풍百·성수대교·대구 지하철등
육지에서 바다에서 지하에서…
60년전으로 돌아간 ‘안전 불감증’
사후약방문에 소중한 목숨만…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 예방이 중요하다. 참사가 났다면 사고 수습이 중요하다. 수습이 끝나면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하다. 그러나 참사는 반복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참사 공화국’이다.

지난 16일 오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475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여기에는 꽃다운 청춘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도 타고 있었다. 사고 사흘째인 18일 오전 9시30분 현재 세월호 탑승객 475명 중 179명만 구조됐다. 25명이 숨지고 271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人災 공화국’오명은 언제쯤 벗을것인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대형사고에 국민들은 이제 분노를 넘어 허탈감 마저든다. 지난 1995년 6월29일 502명 사망 이라는 해방후 최대 인적사고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모습(왼쪽) 과 지난 1994년 10월 21일 32명의 사망자를 낸 성수대교 붕괴사고 모습.

정부는 이번 참사를 대처하는 내내 마치 대형사고를 처음 접하는 것 마냥 우왕좌왕했다. 두달 전(2월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참사를 겪었는데도 말이다. 참사가 나면 온통 ‘대책’을 운운하다가 ‘사후약방문’ 처방에 그치고 이것마저 금세 잊고 마는 반복되는 일에 소중한 생명들은 희생만 돼 간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정부는 무력하기만 하다.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로 대변이 되는 뿌리깊은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대형참사의 역사를 6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953년 1월9일 부산 다대포 앞 바다에서 발생한 창경호 침몰사고는 2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창경호는 다대포 거북섬 근해에서 강풍을 만나 좌초됐다. 승선인원 236명 중 겨우 7명만 목숨을 건졌다.

1970년 12월15일에는 부산~제주 간 정기여객선인 남영호가 침몰했다. 남영호는 서귀포항을 출항해 부산항으로 항해하는 중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초과 적재한 화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전복됐다. 이 사고로 326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대표적인 선박사고는 20년 전의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다. 1993년 10월10일 전북 부안 앞 바다를 지나던 서해훼리호는 ‘파도가 높고 돌풍이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운항하다 끝내 좌초됐다. 이 배에는 정원보다 141명이나 많은 362명이 타고 있었지만, 항해사는 아예 없었고 안전요원은 2명에 불과했다. 결국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참사는 해상보다 대처가 용이한 육상에서도 일어났다. 1971년 12월25일에는 서울 충무로 소재 22층 높이의 대연각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163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 원인은 1층에 있는 LP가스 폭발로 밝혀졌다.

멀쩡한 다리 상판 48m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다. 대한민국의 ‘빨리빨리병’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1994년 10월21일 오전 성수대교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가 한강으로 추락하면서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사상자 중에는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들도 대거 포함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8개월 뒤(1995년 6월29일)에는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등 1500여명이 희생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고 발생 17일만에 생존자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등 온 국민에게 기적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2003년 2월18일 대구에서 발생한 지하철 방화 사건도 370여명이 희생되는 대형참사로 기록됐다. 방화범 김대한은 뇌졸중으로 오른쪽 상ㆍ하반신에 장애가 발생하자 삶을 비관해 방화를 저질렀다. 이 사고로 6량 열차 2개가 전소해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실종자도 21명에 달했다.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 폭발사고는 당시 역대 세계 지하철 참사 가운데 사상자 규모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5년 4월28일 오전 공사가 한창인 대구지하철 1호선 1~2구간에 도시가스가 폭발하면서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과 보행자가 피해를 입으면서 학생 42명을 포함해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다쳤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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