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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 금융지주 ‘수난시대’
수장들 “리딩뱅크” 선언 했지만
잇단 사건 · 사고로 내부통제 급급
고객과의 신뢰 추락…체면 구겨


지난 1일, 3개월 만에 직원들 앞에 선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입에선 ‘리딩뱅크’라는 말이 대폭 줄었다. 작년 7월 취임 당시만 해도 “임기 내에 국민은행이 ‘리딩뱅크’의 위상을 굳건히 하는데 신명을 다하겠다”면서 ‘리딩뱅크’를 5번에 걸쳐 말했다. 취임 9개월이 지난 지금은 ‘리딩뱅크’의 자리를 ‘스토리 금융’이 대체했다. 위기의 KB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스토리 금융’이라는 게 이 행장의 경영 소신이다.

KB금융지주는 18일 직제 개편을 통해 정보보호 부서(CISO 직제)를 신설해 고객 정보 보호 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했고, 미래 기획부를 만들어 그룹의 대외업무를 일원화했다.

KB뿐 아니다. 4대 금융지주의 수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경쟁적으로 ‘리딩뱅크’가 되겠다고 공언했지만, 다양한 사건ㆍ사고로 ‘리딩뱅크’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대신 ‘자정 노력’이나 ‘내부 통제’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다.

금융업의 생명은 고객과의 ‘신뢰’지만, 4대 금융지주는 생명과 같은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바야흐로 금융권 4대 천왕들의 수난기라 할만하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은행장이 문책경고를 받은 하나금융지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2008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할 때 “2013년까지 총자산 규모 400조원을 달성해 국내 1위 리딩뱅크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김 회장의 공언은 2010년 외환은행 인수로 달성되는 듯 보였지만, 2013년 12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자산은 157조6000억원에 그쳤다. 목표액의 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올해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행장의 중징계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확대됐다. 지주는 올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해 인수 시너지를 내는 게 목표였지만, 김종준 행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만큼 올해도 통합은 힘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의 첫 단추격인 카드 사업 통합과 관련,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 탓에 금융당국의 인가가 미뤄져 연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사건ㆍ사고를 비켜간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번에는 은행쪽에서 직원들이 불법으로 계좌조회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정치권의 문제제기처럼 신한은행 직원들이 정관계 고위 인사의 계좌를 들여다본 것은 아닌 것으로 봤다. 다만 은행 직원 가족계좌를 무단으로 조회해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에서는 최근 카드 단말기 해킹 사고로 3만5000건의 고객정보가 처음으로 유출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리딩뱅크’ 자리를 욕심내기가 사실 어렵다는 평가다. 이미 우리투자증권 매각으로 4대 금융지주 자리를 NH농협지주에 넘겨준데다 조세특례제한법의 국회통과가 난항을 겪으면서 경남ㆍ광주 은행 등 지방은행 분리 작업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융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도입된 영미식 성과주의의 문제점이 축적되면서 최근 여러 사건ㆍ사고로 비화된 것 같다”며 “실적악화 등과 맞물려 조만간 은행권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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