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인식과 한계를 묻자 되돌아온 안상점(56ㆍ사진)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대표의 시원한 답변이다. 외국계 기업의 토종 기업 인수ㆍ합병에 대해 유독 부정적인 우리의 정서를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행보가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가 한국과 맺은 14년 역사가 안 대표의 말에 힘을 보탠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1999년 녹십자백신으로 출발한 백신 전문 기업이다. 당시 녹십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혈액제제, 백신제제, 진단시약 등 3개 특화 부문으로 사업을 분사했는데, 녹십자백신이 2000년 4월 네덜란드의 라인바이오텍(Rhein Biotech Group)에 합병되면서 외자 기업으로 변신했다.
베르나바이오텍 CEO.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이후 2002년 스위스 베르나바이오텍(Berna Biotech Group)과 2006년 네덜란드 크루셀(Crucell)을 거쳐 지난 2011년 존슨앤존슨(J&J)에 안착했다. 순수 한국 백신기업으로 출발해 14년간 4개의 글로벌 기업을 거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한국적인 추진력과 외국 기업의 효율성을 두루 갖춘 최고의 조직을 구성했다.
안 대표는 “제약ㆍ백신 산업은 제품 개발부터 임상실험, 생산, 수요 예측, 각 국가별 허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수준 높은 한국의 연구ㆍ개발ㆍ생산 인력에 유럽과 미국 등지에 걸쳐있는 본사의 지원ㆍ교육 기능을 결합해 ‘통합적 조직’을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300여명의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직원 모두가 한국인임을 감안하면, 연구ㆍ영업ㆍ시장분석ㆍ마케팅 등 각 조직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국내 기업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혁신 DNA’를 직접 수혈받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2011년부터 인천대학교와 ‘현장교육ㆍ실습 협약’을 맺고 화학ㆍ생물학 관련 전공 대학생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산학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모기업 내에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2100억원가량. 이 중 90~95%가 수출에서 나왔다. 유니세프(UNICEF)와 범미보건기구(PAHO)를 통해 저개발 국가 등 공공부문에 대량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특성상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크루셀 그룹의 전체 백신 생산량 중 40%가 한국 공장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지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총 3900억원 가량을 모기업으로부터 투자받았다.
국내 백신 산업의 수출 확장과 핵심인력의 고용ㆍ양성을 담당하는 한 축으로 자리잡은 것.
<사진설명>인천 송도에 위치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에서 코트라의 외국인 유학생 서포터즈들이 회사의 연혁을 살펴보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위상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존슨앤존슨이 백신사업 강화 차원에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모기업인 크루셀을 흡수하면서, 존슨앤존슨의 의약품 사업부문인 얀센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
특히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가 중심이 돼 개발한 퀸박셈(5가지 소아질병 예방백신)이 지난 2006년 WHO로부터 최우선 공급 백신으로 선정, 세계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헤파박스-진과 헤파박스-진 티에프(B형 간염 백신)가 국내 B형 간염 백신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존슨앤존슨 백신사업 확장의 핵심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 대표는 “새롭게 모기업이 된 존슨앤존슨과 얀센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앞으로 우리의 R&D 작업과 투자도 더욱 과감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또 존슨앤존슨이 직원의 역량 강화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중시하는 기업인 만큼 개별 직원이 한층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 우수한 경쟁력을 가진 존슨앤존슨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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