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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이정아> 일 잘해 되레 눈치보는 국회산자위
지난해 9월 정기국회부터 4월 임시국회까지 8개월 간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에 대해 ‘식물 상임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과응보다. ‘제로 상임위’라는 오명을 얻은 미방위는 지난해 6월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게 19대 국회 들어 유일한 실적이다. 국회의원 본연의 책무인 ‘입법 활동’을 제대로 안했으니 세비(歲費)를 반납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것이다. 올들어 133건의 법안을 의결해 ‘일 잘하는 상임위’로 통하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도 여당,야당 가릴 것 없이 ‘왕따’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산자위 소속의 한 의원은 “다른 의원들로부터 그쪽은 천천히 좀 법안을 처리해 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상임위가 쟁점법안을 두고 파행으로 치닫는데 “산자위만 너무 잘나간다”는 질투와 비아냥이 나온다고 했다.

사실 산자위에 제출된 법안은 여야 간 크게 입장이 대비되는 게 없어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편이다. 지난해 연말 힘겹게 법사위를 통과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도 산자위 차원에선 여야간 합의가 됐던 법안이었다. 산자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당 지도부 차원에선 반대했던 법안이지만 ‘산업을 진흥시킨다는 점’에서 야당이 처리를 못해줄 이유가 없는 법안이었다”고 했다.

이런 국회 분위기로 인해 일 잘하던 산자위 의원들 사이에도 최근엔 ‘적당하게, 엇비슷하게, 요령있게 하자’는 ‘적당주의(適當主義)’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한다. 일단 쟁점이 될 수 있는 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은 하되, 당내 사정과 분위기를 맞춰가며 속도를 조절 해 나가자는 식이란다. 이러다간 식물 상임위가 아니라 식물국회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방위 위원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여야 미방위원들이 앞다퉈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불발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휴대전화 보조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단말기 유통개선법을 비롯해 원자력안전법, 과학기술기본법, 우주개발진흥법 등이 줄줄이 묶여 있다. 

이정아 정치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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