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오는 7월 합병하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고민이 깊다. ‘삼성그룹 사업구조조정’, ‘IT소재부문 수직계열화 완성’ 등 소문은 파다하게 났는데, 막상 합병으로 건질 게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최근 실무진 20∼30명으로 구성된 통합 태스크포스(TF)에서 본격적인 합병작업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양사 주력사업이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주로 쓰이는 세계 소형 2차전지(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지난해 점유율 27.8%로 4년 연속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성장률(판매량 기준)은 각각 ▷2012년 42.6%ㆍ105.1% ▷2013년 42.5%ㆍ90.1% ▷2014년(전망치) 24.2%ㆍ17.8%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소형과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2차전지 모두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소형의 경우 용량 기준 단가가 지난 2년간 21% 하락하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삼성SDI의 에너지 부문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보다 1%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0.001%(전년 5.3%)에 그쳤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납품처의 단가인하 압력으로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용 등 중대형 2차전지가 미래 성장사업라지만 경쟁은 살벌하다. LG화학(한국), 파나소닉, 도시바(이상 일본), BYD(중국), 존슨-컨트롤스 샤프트(미국) 등 다양한 기업이 자동차업체 등과 제휴를 통해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각국 정부의 지원도 경제상황과 재정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제일모직의 상황도 나을 게 없다. 케미칼 부문 주요 제품인 합성수지 ABS, PS(폴리스틸렌)는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매우 심한 상태다. 또 주요 수출처인 중국 시장의 수요가 부진하면서 단가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ABS, PS 제품 단가는 2011년보다 각각 7.8%, 9.9%로 하락했다. 특히 2013년 PS 제품 단가는 2012년보다 28.1%나 떨어졌다. 이는 실적에도 악화를 가져왔다. 케미칼 부문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012년 10.23%ㆍ3.29%에서 2013년 4.99%ㆍ0.92%로 급락했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하는 전자재료 부문의 경우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수요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은 여전히 과잉상태다. 가격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앞날이 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합병해 연 매출 10조원 규모의 거대 업체가 되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꿨겠지만, 2차전지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분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