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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식을 담은 에코백(eco bag), 명품이 되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에코백(Eco bag)을 아는 당신은?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적어도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일회용 비닐 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친환경 쇼퍼(shopper).

동서를 막론하고 친환경 소비가 대세를 이룸에 따라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선 명품백 대신 에코백을 든 ‘의식있는’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은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에코백은 영국의 디자이너 아냐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2007년 흰색 천가방에 ‘I’m Not A Plastic Bag’이라는 메시지를 새겨 영국, 일본 등지에서 한정 판매한 데서 시작됐다. 비싸고 독특한 명품을 제작하는 패션 디자이너였던 힌드마치는 비닐이나 종이, 합성섬유가 아닌 오로지 천으로만 만든 토드백을 단돈 5파운드(1만원)에 판매했다. 유명한 디자이너의 친환경 제품이 1만원의 ‘한정판’으로 나오자, 힌드마치의 가방을 매고 쇼핑하는 헐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이 파파라치 컷에 심심찮게 포착되기 시작했고, 도쿄에서는 하룻밤만에 5000여명이 가방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힌드마치의 제품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그 제품에 담긴 의미까지 ‘에코백’이라는 이름으로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입생로랑, 마크제이콥스, APC 등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잇따라 에코백을 출시했다.

에코백은 ‘인조피혁과 화학처리 등 가공을 하지 않고 천연 면이나 옥스포드, 컨버스 천 등 생분해성 재료로 제작되는 친환경 천가방’을 뜻한다. 재활용 옷감이나, 남는 자투리 천을 누벼 버려지는 자원을 아끼고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가방을 통칭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외 패션하우스들이 에코백을 단순히 자연친화적인 것을 뛰어 넘어 디자인을 가미한 패션 소품으로 속속 출시하면서, 에코백을 든다는 것이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물론 트렌드세터로서 스타일까지 완성하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1만원부터 수십만원대까지…에코백, 어떤게 있나=30대 직장 여성인 최모씨는 최근 일본 출장길에서 마가렛 호웰(Margaret Howell)의 이니셜이 새겨진 MHL 에코백을 ‘득템’했다. 얼핏 보기에 일반 린넨 컨버스 소재의 에코백과 다를게 없는 심심한 디자인의 이 백은 십만원대. 이미 에코백 마니아들 사이에선 대중적인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말하는 MHL 에코백의 장점은 가볍고 튼튼함이다. 스트랩 부분이 두꺼워 무거운 짐을 넣어도 쳐지지 않는 다는 것. 에코백은 더 이상 마트에서나 쓰는 장바구니가 아닌, ‘십만원’ 이상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구입하는 패션 소품의 일부가 된 것이다.

빈티지 콘셉트의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영국 스타일 브랜드 ‘캐스키드슨(Cath Kidston)’은 꽃무늬, 도트무늬 등 다양한 프린트의 에코백으로 유명하다. 30대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꽃무늬 기저귀 가방 열풍 일으키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캐스키드슨의 에코백은 100% 면소재를 적용, 가볍고 튼튼한 데일리 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2014년 봄ㆍ여름 신상품으로 출시한 북백(book bag) 시리즈는 가로 입구 사이즈를 3㎝ 추가해 넓은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안쪽에는 포켓이 붙어 있어 자주 사용하는 작은 소품들을 보관할 수 있다. 가격은 4만원~10만원대. 자투리 면을 패치워크 방식으로 덧대 만든 어린이용 미니 북백도 인기다. 아시아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된 이 상품은 아이들의 신발 주머니로도 제격이다. 


키치(Kitch) 콘셉트의 디자인으로 유명한 패션브랜드 ‘푸시버튼(pushBUTTON)’의 뮤즈 공효진은 에코백을 한발 앞서 국내에 널리 알린 셀러브리티 중 한 명. 데님 소재의 비대칭 랩 원피스에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크로스백 형식의 스마일 에코백을 매치한 공효진은 ‘주군의 태양’ 태공실의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소녀 스타일을 완성해 ‘의식있는’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를 또 한번 과시했다. 푸시버튼은 번개 모양의 로고로 된 와펜 장식, ‘PUSH IS A FA-PE(FA-FE는 Fashion People의 준말)’ 등 재치 넘치는 문구를 써넣는 방식으로 톡톡 튀는 에코백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신성통상의 SPA 의류브랜드 ‘탑텐(TOPTEN)’은 1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의 에코백들을 선보였다. 역시 100% 면 소재로, 개성과 취향, 기분에 따라 다양한 컬러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에코백들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긴 스트랩이 포함돼 있어 숄더백, 크로스백, 토드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할 수 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제품을 소개하는 브랜드 편집매장 ‘에이랜드(ALAND)’도 2010년 에코백 ‘바꾸(BAGGU)’를 국내에 선보였다. 푸른색 스트라이프와 동물무늬 등을 새긴 바꾸백은 튼튼한 컨버스 소재로, 숄더 스트랩이 있어 백팩처럼 어깨에 맬 수 있다. 잡동사니부터 노트북까지 많은 제품을 수납할 수 있는 것이 강점. 재활용 면을 사용해 에코프렌들리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 밖에 야생 동물 그림과 글자가 프린팅 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 J&요니 P의 에코백도 3~8만원선으로 구매할 수 있다.

레드 스티치가 포인트로 들어간 이자벨 마랑의 에코백 등 해외 명품브랜드에서 출시한 에코백들은 수십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아프리카를 모티프로 컨버스와 표지판 배너들을 재활용해 만든 파우치백 스타일의 비비안웨스트우드 에코백은 38만원. 친환경 저가 가방 시장에 해외 패션하우스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고가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화하는 에코백=최근 명품백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일러스트화해 핸드프린트 방식으로 새긴 ‘마이아더백(My Other Bag)’의 페이크백이 새로운 에코백 트렌드로 주목받았다. 제시카 알바, 케이티 홈즈 등이 착용해 더욱 유명세를 탄 이 백은 루이비통 토드백, 샤넬의 퀼팅백, 알렉산더 매퀸의 클러치 등을 프린팅 해 넣는 방식으로 명품을 조롱하는 듯, 혹은 풍자하는 듯 재미있는 디자인이 특징. 헐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국내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이너 타라 마틴(Tara Martin)이 처음 고안해 냈으며 4만원~8만원대 가격으로 전세계 5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 LA에서 생산된 마이아더백을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H인터내셔널(대표 김형찬)에 따르면 올 2월 명품백을 모티프로 번아웃(burn-out) 형식의 독특한 프린트 티셔츠를 출시해 또 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이자벨 마랑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패션 피플들을 설레게 한 H&M은 당시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닐 쇼핑백 대신 천가방을 나눠줬다. 이자벨 마랑의 시그니처 패턴이 나염돼 옷보다 더 갖고 싶은 쇼퍼백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이 ‘공짜 쇼핑백’은 3만원~5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고 팔거나 공동구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명품백의 시그니처를 새겨넣는 에코백, 유명 SPA 브랜드가 아티스트와 협업해 제작한 천가방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간호섭 패션디자이너 겸 홍익대 교수에 따르면 에코백이 디자인 자체로 승부하며 차별화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간 교수는 “너도 나도 매고 다니는 에코백, 사은품으로 주는 세컨드 백으로써의 에코백이 아닌 특정 고가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혹은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에코백의 식상함과 지루함에서 벗어나 백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으로써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 교수는 이어 “명품 패션하우스들이 에코백을 파는 대신 특정 백의 판매수익을 환경기금 등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에코프렌들리 패션의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 이어 신발, 의류에도…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의 시대로=4월 22일은 환경보호론자들이 지정한 ‘지구의 날’이다. 세계는 지금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화두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윤리적 소비를 이끄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물건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시대를 넘어, 재활용 소재에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더한 ‘업사이클링’이 부상하고 있다. 에코백 뿐만 아니라 신발, 의류 브랜드에서도 업사이클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신발브랜드 ‘크록스(CROCS)’는 ‘오션 마인디드(Ocean Minded)’ 라인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에 친환경 공정을 도입했다. 업체에 따르면 고무, 페트병, 모직 등을 재활용 해 신발을 만들고, 공정 과정에서 크롬 황산처리를 하지 않은 가죽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출시한 에스파드리유(espadrille) 슬립온(slip-on) 슈즈 제품들은 컨버스를 기본 소재로, 재활용 크로슬라이트, 고무, 황마 등을 사용했다.

코오롱의 업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래코드(Re;Code)’에서도 판매되지 않아 소각될 제품을 활용한 ‘인벤토리 콜렉션’, 군부대에서 버려진 소재를 활용한 ‘밀리터리 콜렉션’ 등의 에코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인벤토리 콜렉션’은 수트, 셔츠, 스포츠 의류, 텐트 등 다양한 소재를 해체하고 재조립해 만든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밀리터리 콜렉션’은 군인들의 의복, 텐트, 낙하산과 같은 군 용품과 원단 등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라인. 밀리터리 고유의 컬러와 빈티지한 느낌까지 더한 것이 돋보인다.


[자료 및 사진제공=캐스키드슨, 탑텐, 에이랜드, 마이아더백, 푸시버튼, 크록스, 코오롱]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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