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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트 3국 넘보는 푸틴의 러시아인 해방 작전,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인 해방작전은 20여 년 전 에스토니아에서부터 시작됐다.

1993년 러시아에 인접한 에스토니아 국경도시를 ‘해방’시키려는 푸틴 대통령의 노력은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과정과도 유사했다. 그 성공여부를 떠나 당시 사건은 푸틴의 강력한 ‘러시아인 보호’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푸틴 대통령은 그 의지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실현하고 이제 우크라이나 동부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으로 그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년 전 푸틴 대통령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코사크군 배치, 에스토니아 넘본 푸틴=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인 보호를 내세운 탐색전은 21년 전 에스토니아에서 시작됐다.

1993년 전직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자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해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푸틴 대통령은 2년 전인 1991년 옛 소련 연방에서 탈퇴한 에스토니아의 일부 도시를 합병하려고 했으나 그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국경도시 나르바(Narva)의 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나르바가 에스토니아로부터 자치권을 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헌법에 위배된다며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푸틴은 지난 크림에서와 같이 나르바 강 맞은편에 코사크군을 배치하고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었다.

당시 시 의회 의장이었던 블라디미르 추이킨은 “회담을 열고 푸틴에게 (코사크군)그들이 넘어올 수 없도록 국경을 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푸틴과 그의 상사인 아나톨리 소브차크 시장도 알고 있었고 우리는 ‘제 3의 군대’가 방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나르바 사건은 크림 합병과 같이 러시아 중앙정부의 지지를 얻지도 못한 상태였다. 나르바 러시아계 주민들의 자치권 획득은 유야무야 넘어갔다.

▶러시아인 보호주의는 아버지로부터=에스토니아에 대한 푸틴의 감정은 그의 아버지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 출간된 책 ‘첫번째 사람’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 그의 아버지가 에스토니아인들의 배반으로 인해 거의 죽음을 당할 뻔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아버지는 늪지대에 잠수해 빨대로 숨을 쉬어 살아났다”고 회고했다. 당시 아버지의 부대원 28명 중 단 네 명만이 살아남았다.

이와 관련, 에스토니아 외무부가 “푸틴이 에스토니아에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다”고 평가한 내용이 2009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를 소수의 러시아인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지속적으로 비난했다.

▶발트 3국 소수 러시아인 보호, 병력 증강해온 푸틴=블룸버그에 따르면 상당수의 러시아계 주민들이 시민권을 얻지 못한 상태다.

라트비아의 경우 전체 인구는 210만 명, 이들 중 시민권을 가진 러시아인은 4만600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9만1000명은 시민권이 없다.

에스토니아도 비슷하다. 인구 130만 명 중 러시아인 9만5000명만이 시민권을 가졌고 9만1000명은 국적이 없는 상태다.

인구 300만명의 리투아니아만이 독립 이후 소수의 러시아인들에게 시민권을 줬다.40만 명에 가까운 러시아인들의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인 셈이다.

푸틴의 러시아인 보호주의 때문인지 러시아는 지난 2009년부터 발트 3국 주변 병력을 1만6000명에서 10만명까지 늘렸다. 리투아니아 국경 인근 벨라루스에는 전투기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가 건설됐으며 라트비아 국경 인근 오스트로프엔 헬리콥터 착륙장도 건설했다. 

지난달엔 15만명의 병력이 참가한 대규모 군사훈련도 이어졌다. 덕분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며 2004년 이래 처음으로 발트 3국의 대공전력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동부는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 이후 자극받은 친(親)러시아계 주민들의 주민투표 요구와 과격 행동으로 급기야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소수 친러 세력의 봉기가 푸틴이 바라는 러시아 민족 중심의 범슬라브주의의 실현일까. 

도네츠크주가 사태 수습을 위해 대테러전을 선포한 가운데 러시아계 주민들을 눈앞에 둔 푸틴과 국경 인근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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