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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백 표현에 겸손한 리더십 눈길…일부선 카리스마 떨어진다 평도
話法의 차이 보여준 이주열 한은총재
“(잠깐의 공백)...답변을 어디까지 해 드려야 될까 고민하고 있는데,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지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보여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분명 김중수 전 총재와 차이를 보였다. 이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한은 조직개편의 폭과 방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전임 총재의 ‘흔적지우기’라는 평가를 받을까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솔직한 심경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성과 평가 후 크지 않은 범위 내에서 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전 총재가 긴 호흡으로 다소 장황한 화법을 구사했다면, 이 총재는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간결한 스타일을 보였다. 김 전 총재가 말문이 열리면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이런저런 상황과 배경을 첨가시키며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 반면 이 총재는 가급적 길지 않게 문장을 마치려고 했다. 말의 속도도 김 전 총재에 비해 느린 편이다.

또 김 전 총재가 영어식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현란한 화법을 보였다면, 이 총재는 담백한 표현에 외래어는 줄이려는 ‘절제미’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김 전 총재는 경기인식과 통화신용정책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 자격으로서 입장을 밝혔다면, 이 총재는 ‘저희(금융통화위원회)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개인이 아닌 금통위 의장으로서의 입장을 전달하려했다. 이날에도 데뷔 소감을 묻자 “금통위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서 가장 잘 대변하고 싶다”고 답했다.

김 전 총재는 한은에 대한 비판적인 외부의견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공법으로 반박했다면, 이 총재는 ‘미흡하지만, 저희는 ~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식으로 돌려 말했다. 일각에선 김 전 총재가 속을 알 수 없는 아리송한 화법을 구사해 시장에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비해 이 총재는 내포(內包)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일을 보였다는 분위기다.

반대로 이 총재의 화법이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으로선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평도 나온다. 이에 자칫 시장에 휘둘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 총재가 몸을 낮춰 겸손한 자세로 소통에 나섰다고 볼 수 있지만,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시장을 압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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