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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 e수첩> (기업의) 사회적 책임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 또다시 기업인의 윤리문제가 불거 터졌습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5.사진)의 숨겨놓은 골동품 수백점이 뒤늦게 발견돼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즉각 법원이 가압류 절차를 밟았고 종류도 다양한 문제의 골동품들은 법망에 갇혀들게 됐다고 합니다.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윤준)가 압수해 보전 처분을 내린 현 회장 부부 소유의 미술품, 도자기, 고가구등 골동품은 무려 330여 점에 이릅니다.

현 회장은 누구이고 어떤 처지인가요.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대량 발행으로 수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적게는 수백만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피해를 입힌 불량 기업인입니다. 때문에 이런 행위는 피해자의 가슴에 난 상처에 왕소금을 뿌려대고 그 상처를 헤집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입니다.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이 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 이 진기한 물건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며칠 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동양네트웍스 사옥과 종로구 가회동 사택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발견하고 신고한 이는 바로 김형겸 동양네트웍스 회생절차 관리인이랍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구석이 한 둘이 아닙니다. 분명 검찰은 골동품이 무더기로 발견된 그 회사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었습니다. 잘 알 것입니다. 검찰 수사팀이 현장을 훑어대는 장면, 그리고 검찰 로고인 칼자루가 그려진 박스를 들고 나와 차에 싣는 장면은 그야말로 서슬 퍼런 그런 모습 말입니다.

골동품이 검찰 수사망을 피한 정황이 뚜렷합니다. 문제는 빈 박스 330개를 옮기더라도 부스럭 댈 것이고 야음을 틈탔다 치더라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인데 감쪽같이 이리저리 옮겨졌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이런 해괴한 물건들이 그 것도 검찰의 법 지휘아래 놓인 핵심 시설물 사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듯 돌아다닌 자체가 선뜻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대량 발행으로 곤경에 처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물론 검찰이 압수수색할 당시 골동품들은 발견 된 장소에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무조건 검찰의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리란 걸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중차대한 대기업관련 사기성 금융사건인 만큼 보다 철저하고 종합적인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자가 일하는 곳의 한 여사원의 실제상황입니다. 여고를 졸업하고 사무보조원으로 출발해 정식 사원이 됐고, 언 15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삽 십대 중년 여성입니다. 혼기도 잊은 채 알뜰살뜰 번 돈을 꼬박꼬박 동양그룹 금융계열사에 넣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그리고 증권에 분산해서 말입니다. 사무직 여사원에 대한 맞춤식 투자관리, 매일 이자가 붙고 매달 용돈까지 푸짐하게 안겨주는 최고의 수익에 고배당 그리고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등등...

얇은 월급봉투 처지라면 누구라도 넘어갈 달콤한 유혹에 이 여직원이 휘말려 든 것은 꽤내 오래전 일입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검은 장막을 되도록 빨리 걷으려 짤순이로 살아 온 보람이 이제야 눈 앞에 왔다며 마냥 좋아하던 그녀.

현 회장이나 검사수사진으로선 날벼락을 맞은 지난해 늦가을, 입술이 바싹 타들어갈 정도로 괴로워하던 그녀는 그저 작은 사례에 불과할 겁니다. 큰 돈 만지는 이들에게 이 여사원이 투자한 돈 4000만 원 정도는 가벼우니까요.

현 회장은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회장이 만능이 아닌 이상, 아랫 사람들이 잘 못한 것 까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 회장은 결정적으로 놓친 것이 있습니다. 지위는 책임이라는 영원불변의 등식 말입니다.

또 다시 나약한 태도를 보이거나 선처를 구걸하듯 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각오해야 할 겁니다. 젊은 시절 검사로 뛰다 명망 기업인의 사위가 돼 중년부터 장인의 사업을 물려받아 일개 대기업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라면 골동품 사태 같은 추잡함이 왠 말입니까.

경영인더러 유리알 양심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업인이기 전에 사람의 기본 도리를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고객을 배려하고 합당한 가격으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고 보다 나은 서비스면 족합니다. 하나 더 바란다면 철마다 기분 좋은 바겐세일 정도일겁니다.

할 말이 길어진 이유 잘 알겁니다. ‘SR(Social Responsibility)’이란 말이 화두입니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사회 각종 단체는 물론이고 개인까지도 행위에 대해 도덕과 양심에 기반 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지요.

관련 연구소도 늘어나고 이를 다루는 인터넷 매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의 원리가 형성됐다는 뜻 아닐까요. 기업인들, 조심 조심 또 조심 할 때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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