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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칼럼> 뿌리 깊은 문학은 바람에 아니 묄세, 온누리에…
“두 유 노 싸이?(Do you know PSY?)”는 최근까지 내한하는 해외 스타들을 향한 단골 질문이었다. 이 짧은 질문 속에는 한국이 꽤 괜찮은 나라임을 알아주길 바라고 확인받고 싶은 바람이 깃들어있다. K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세계인들이 한국문학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세간의 바람도 부쩍 높아졌다. 이 같은 바람은 매년 말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꼽히는 고은 시인의 자택 앞으로 몰려드는 매스컴의 행렬이 방증한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2014 런던도서전이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오는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올해 행사의 주빈국은 한국이다. 런던도서전은 상반기에 열리는 세계적인 도서전 중 가장 저작권 교류가 가장 활발한 자리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언어권을 확보하고 있는 영어의 종주국으로부터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행사인 만큼 출판계의 기대도 남다르다. 

지난 7일 영국 최대 서점 워터스톤스(Water Stones)의 트라팔가 광장 점 지하 ‘아시아(Asia)’와 ‘극동(Far East)’ 코너. 중국와 일본 관련 서적들이 늘어선 이 곳에서 한국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런던=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한국은 출판사 10곳, 전자출판업체 7곳 등이 참여해 전시장 한복판에 516㎡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개막식에는 잭스 토머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헬렌 그랜트 영국 문화부 차관, 리처드 몰렛 영국 출판협회장 등 다수의 현지 고위 출판 관계자들이 참석해 축사를 남기며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줬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주한영국문화원 측 직원들까지 다수 한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행사를 돕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한국을 바라보는 영국의 시선이 특별해졌음을 느끼고 있다”고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김갑수 주영한국문화원장은 “한국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은 영국에서 선망의 대상”이라며 “한국에 대해 첨단의 이미지를 갖는 현지인들이 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작가들이 체감하는 출판 한류의 온도는 미지근했다. 지난 7일 오후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런던도서전 주빈국 초청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한국 작가들은 출판 한류의 걸림돌로 전문 번역자의 부족과 낮은 국가 브랜드를 꼽았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점들이며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신경숙 작가는 “미국 전체 출판물 중 영어 이외의 언어로 인쇄되는 출판물은 3%가량이고 거기에서 문학의 비율은 훨씬 더 적을 것”이라며 “영미권 독자들이 전체 출판물 중 소수에 불과한 한국의 문학에 관심을 가지려면, 한국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전 개막 전인 지난 달 30일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영역본이 영국의 대형 서점 포일스(Foyles) 런던 워털루 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지난 6일에는 영국 최대 서점인 워터스톤스(Water Stones)의 트라팔가 광장 점에서 이정명 작가의 장편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 영역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워터스톤스 트라팔가 광장점 지하 ‘아시아(Asia)’와 ‘극동(Far East)’ 코너에 늘어선 중국과 일본을 다룬 도서들 속에 한국 관련 도서는 없었다. 워터스톤스의 영국 내 수많은 지점 중 하나인 이 서점은 런던도서전 현장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 한국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두 유 노 싸이?”에는 내세울 것이 고작 그뿐이냐는 비아냥거림의 시선도 공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대표급 작가들의 말 대로 ‘문학 한류’의 비결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라면 그 대책은 문화정책결정자,작가,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는 출판인, 여다 문화인과 경제인 등의 노력이 입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강 작가는 문화적 이질감을 융해시킬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보다 앞서 작가가 좋은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출판계와 정부는 각각 우물안, 탁상앞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촌 마케팅에 나서야 하며, 한류의 주역인 대중문화인, 첨단기술의 주인인 경제인 등과 창의적인 콜라보레이션도 도모해야 세계를 향한 우리 출판문학의 뿌리는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분위기에 필요한 순풍은 일시적인 현상을 향한 일희일비가 아닌 실질적이고도 지속적인 관심이다. 런던도서전이 내실 있는 출판 한류의 첫 걸음으로 역사에 남길 기대해 본다.

런던=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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