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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국내] 한국 등기임원 연봉, 美보다 높다?
성과급 포함 총수령액은 ‘하늘과 땅 차이’…미국은 한곳에서, 한국은 여러곳서 연봉 지급
[특별취재팀 = 홍승완ㆍ김상수ㆍ도현정 기자] 유사 이래 최초로 진행된 상장사 등기 임원 연봉공개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인 국내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연봉명세서’에, ‘그럴만 하다’는 공감의 목소리보다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전반적으로 우세한 분위기다.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위상보다는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크기가 더 큰 탓이다.

마침 미국의 USA투데이가 S&P500 기업들의 임원 보수를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미국을 대표하는 500대 기업 가운데 지난 1~3월중 자국 증권거래소에 임원들의 연봉을 신고한 202개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한국과 미국 상장사 임원들의 연봉을 비교해봤다.

▶ 본봉은 美 부럽지 않은 한국 = 미국의 경우 200만 달러 이상의 보상을 받은 사람이 200명이었다. ‘보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순수 연봉외에도 성과급, 스톡옵션 등을 합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신고 대상인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은 임원의 숫자는 640명이었다.

경제규모와 기업들의 덩치가 다른 만큼 보상액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상위로 갈수록 격차는 심했다. 


미국의 상위 20명의 평균 보상액은 2271만5400달러로 우리돈으로 240억원에 육박했다. 반면 우리나라 상위 20위의 평균 액수는 84억3600만원 선이었다. 미국이 3배정도 더 많은 셈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성과주의’의 기조가 확실한 반면 한국은 고정된 본봉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의 고액연봉자들의 경우 성과에 따라 기본급의 10배 이상의 보너스나 스톡옵션을 성과급으로 챙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국 202개 기업 임원들의 성과급을 뺀 고정급여는 1인당 평균 116만달러, 우리돈으로 12억원 수준에 그쳤다. 연봉공개 대상이 된 연봉 5억원 이상의 국내 임원 640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3억6500만원선이었음을 감안하면, 미국 임원들의 본봉이 예상보다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본봉보다 성과급이 많은 임원들의 숫자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다. 많아봐야 성과급이 본봉의 2배 수준이었다. 오직 삼성전자의 등기임원들 정도만이 본봉의 3~4배 이상의 성과급을 받으면서, 연봉의 수준이나 구조가 미국기업들과 유사했다.

▶ 미국은 철저한 ‘성과주의’ = 성과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주중심의 경영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주주에게 이익을 많이 가져다준 임원에게는 그만큼 보상한다는 취지다.

미국에서 가장 연봉이 높았던 바이아컴(Viacom)의 필립 다우먼(Philippe Dauman) 회장의 경우는 총 3718만 달러를 받았지만, 그 가운데 본봉은 35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의 대표 통신사인 AT&T의 랜달 스티븐슨(Rendall Stephenson)의 경우 본봉은 160만 달러지만 성과급을 더해 총 20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AT&T는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우리나라의 대표 통신사인 SKT의 하성민 사장이 급여와 성과급으로 각각 6억3000만원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다우면 회장의 연봉구조가 차이가 난다. SKT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원 선이었다.

반대로 성과가 나쁜 임원들의 연봉은 깎는 게 ‘미국식’이다. 202개사 가운데 60여개사의 임원들이 전년보다 줄어든 연봉을 받았다. 이베이의 존 도나휴(John Donahoe)의 경우 연봉이 전년대비 53%나 줄었다.

우리나라는 연봉이 경영성과에 덜 좌우됐다. ‘잘하면 더주긴 하지만, 못한다고 뺏지는 않는’ 구조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 427억원을 기록했지만 박찬구 회장은 이전연도에 2000억원대 이익을 낸 성과로 42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 가운데 18억원은 상여금 이었다.

국내 연봉 상위가 대부분 기업 오너들이란 점도 포인트다. 미국은 연봉은 전문경영자들이 많이 받고, 오너들은 배당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보니 연봉상위의 임원들은 당연히 자신이 속한 회사 한 곳에서만 돈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 오너들은 복수의 회사에서 돈을 받는게 일반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지주사 C&C를 포함한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등 4개 계열사에서 연봉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현대제철 등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 한국공항 등에서 보수를 받는 등 대부분의 오너들은 복수의 회사에서 연봉을 받았다. 


▶ ‘차량임대료’까지 공개하는 미국 = 연봉공개의 체계 역시 미국이 잘 잡혀 있다. 미국은 등기ㆍ미등기 여부에 관계없이 연봉이 높은 상위 5명 임원의 경우보수가 ‘1달러 단위까지’ 공개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등기임원만 대상으로 한다. 그과정에서 오너일가들이 대부분 빠지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예컨데 올해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은 최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탓에 내년 연봉 공개 대상에서는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봉과 성과급 산정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도 포인트다. 미국의 경우 순수 연봉과 성과급 외에도 항공이용료, 차량임대료, 회사에서 부담한 임원 개인의 재무상담료까지도 연간보고서에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산정 방법도 대부분 명기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여나 성과급이 전액 근로소득 중 얼마인지 등 세부 사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예컨데 현대차의 경우 ‘임원 임금 책정 기준 등 내부기준에 의거’라는 설명만 달아놨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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