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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린스키 극장과 어우러진 황창규 KT회장…이원희가 그린 기업인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KT의 개혁을 이끄는 황창규 KT 회장(61)이 오른손을 살짝 들어올린채, 스피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배경이 독특하다. 화려한 실내장식과 샹들리에 조명이 고풍스런 공연장임을 드러낸다.

이 그림은 화가 이원희(58, 계명대 교수)가 그린 초상화다. 원래 한국적 흙내음이 가득한 풍경화로 유명한 이원희는 지난 25년간 초상작업도 꾸준히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첫 초상화 전시를 꾸몄다. 오는 11일 ‘이원희의 초상 The Classic’이란 타이틀로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막을 올리는 전시에는 초상화(유화) 50여점과 인물 크로키 20여점 등 총 80점의 인물화가 내걸린다.

이원희, 황창규 회장, 2014,유화, 73x92cm. [사진제공=가나아트]

전시작 중에는 국내 기업인을 그린 초상화도 다수 포함됐다.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정우현 MPK(미스터피자) 그룹 회장, 남재현 한국크리버 회장,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 최진철 시아스 회장 등의 초상화가 내걸린다.

황창규 KT 회장의 초상화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소재한 마린스키 극장은 19세기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지시아래 건립된 호화롭고 아름다운 극장이다. 오페라및 발레 공연이 열리는 이 극장은 199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작가 이원희는 “황창규 회장께서 오래 전부터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신 걸로 안다. 그래서 유서 깊은 마린스키 극장과 매치시켰다. 오페라 공연을 지휘하는 콘닥터처럼, KT라는 거대 조직을 이끄는 황 회장의 손을 역동적으로 표현하는데 촛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이원희, 박문덕 회장, 2014, 유화, 54x73cm. [사진제공=가나아트]

하이트진로 그룹 오너인 박문덕 회장의 초상화도 눈길을 끈다. 박 회장은 언론 등에 얼굴을 거의 내밀지 않는 기업인이어서 그림을 통해서나마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미술계에선 수십년째 아트 컬렉션을 해온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요절한 천재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을 다수 수집했는가 하면, 국내외 현대미술품을 폭넓게 보유 중이다. 하이트문화재단을 설립한 박 회장은 청담동 하이트 사옥에 ‘하이트컬렉션’이라는 비영리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선 독특하고 실험적인 기획전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또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지원하고, 송추에 아트밸리를 조성 중인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초상화도 흥미롭다. 국악 애호가답게 부채를 펼쳐들고, 신명나게 판소리 한마당을 막 뽑으려는 포즈다. 

국내외에서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지휘하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의자에 앉아 특유의 미소를 날리고 있고, 조미식품및 드레싱 제조업체 시아스의 최진철 회장 또한 무장해제된 듯한 소탈한 표정이다.

이원희, 남재현 회장, 2014, 유화, 50x73cm. [사진제공=가나아트]

서울 세검정에 사립미술관인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 화가 이원희의 고정(?)모델로 십회 가까이 포즈를 취한 남재현 한국크리버 회장의 초상화도 전시에 출품된다.

이원희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초상을 비롯해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등의 초상하를 그렸다. 그는 또 기업인 얼굴도 많이 그렸다. 기업인들은 대부분 문화예술 애호가인 것이 공통점이다.

이원희, 윤영달 회장, 2014, 유화. [사진제공=가나아트]

이원희는 “우리나라에선 초상화 작업이 아직 미흡합니다. 한국 작가들은 손 작업에 뛰어난 이들이 많아, 초상작업이 다채롭게 이뤄질 수 있을텐데 말이죠. 초상화는 ‘영정사진 대신’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힌 게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초상화와 인물화는 회화의 근간이죠. 인간 존재를, 그들의 삶을, 그들의 정신세계를 담은 그림은 시대와 역사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보다 다양하고 멋스런 초상화,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초상화를 위해서도 초상작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화가 권옥연, 건축가 승효상, 김용건-하정우 부자의 초상을 비롯해 각계 인물을 그린 이원희의 초상화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02)720-102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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