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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춤판 · 술판…탈선 판치는 버스 · 열차
#. 울창한 나무 사이로 시원하게 쭉 뻗은 숲길을 걸으며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던 김민아(28ㆍ서울 송파구) 씨. 4월 주말을 이용해 춘천행 ITX 청춘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덕에 2층 칸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 뒤 좌석으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 네 쌍이 탔다. 좌석을 마주 볼 수 있도록 조정하더니 큰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어째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열차가 출발하기 시작하자 주섬주섬 등산가방에 든 막걸리를 꺼낸다. 가득 따른 막걸리 한 잔 기울이더니 동네 계모임 온 듯 목청을 높인다. 심지어 한 어르신은 흥에 겨운지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몸을 좌우로 흔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큼한 김치 냄새가 전해져 온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이번엔 칸 구석에 모여 앉은 70대 노인 대여섯 명이 범인이다. 이중 한 노인이 중앙 통로를 오가며 대각선에 앉아 있는 지인에게 소주잔을 건넨다. 시장을 방불케 하는 기차 칸의 모습에 김 씨는 이내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용히 좀 해달라”라고 부탁했지만 “목소리가 원래 큰 걸 어떡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 서울 근교에 위치한 청계산을 하산하고 옛골지구에서 양재역으로 가는 버스를 탄 송민섭(33ㆍ서울 중구) 씨. 거나하게 막걸리를 기울인 등산객들이 버스에 가득해 코를 막는다. 50대로 보이는 술취한 세 명의 중년이 욕설을 섞어가며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하다가 운전사에게 급정차를 요구한다. 송 씨는 자가용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던 게 가장 후회스럽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광경들이 경춘선ㆍ경원선ㆍ중앙선 전철, 산 입구에서 시내로 한 번에 가는 버스 안에서 벌어진다. 특히 대성리 MT촌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은 3~4월 주말이면 춘천역에서 상봉역으로 오는 경춘선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전철 바닥에 짐을 깔아놓고 그 위에 앉아 큰소리로 떠드는 젊은이와 진한 술 냄새를 풍기는 어르신이 이따금씩 눈에 띌 때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따라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 시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가뜩이나 팍팍한 현실 속에 다같이 살아가는 마당에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지 싶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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