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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껏 상상하라, 당신의 욕망을
마다니 & 멜로스 부부 첫 2인展
만약 3만5000~10만년 전에 지구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과 미래인이 만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지금 중년 남성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영상화한다면 무엇이 보일까. 이런 엉뚱한 가설들이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으로 나타났다. 영국 출신의 작가 나다니엘 멜로스(40)와 이란 출신의 탈라 마다니(33)는 사회구성원이 공유하는 전통적 인식 체계 및 관습을 뒤집어보고 비틀면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부조리한 사회에 살고 있느냐고.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는 오는 5월 9일까지 ‘탈라 마다니 & 나다니엘 멜로스’ 2인전을 연다. 부부이지만 같이 전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를 위해 내한한 두 작가는 “특정한 방향으로 작품을 해석하기보다 관객들이 자유롭게 읽어내길 바란다”고 했다. 

탈라 마다니‘ Projection Legs’, 리넨에 오일, 61×76.2㎝, 2014. [사진제공=PKM갤러리

마다니는 신작 회화를, 멜로스는 영상 및 조각작품을 공개했다. 세계 미술계에서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마다니는 만화 드로잉 혹은 삽화를 떠올리는 감각적인 회화 작업을 통해 현대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문화와 성적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찰해왔다. 이번에는 ‘프로젝터’를 통해 중년 남성들의 욕망이 이미지로 나타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3D로 형상화한 거대한 소녀의 치마 속을 넋을 놓고 들여다보거나 갓난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고 기어다니는 등 사회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본능에 충실한 남성의 모습을 그렸다. 비난하는 시각보다 유머러스함이 돋보인다. 작가는 “성인 남성들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가끔 이해할 수 없기도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욕망에 충실한 게 오히려 건강하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멜로스는 22분짜리 영상 ‘교양 있는 네안데르탈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유의 연극성과 유머를 자랑했다. 다리 나이는 5만살, 머리는 3만살인 ‘보겐 윌리엄’이라는 네안데르탈인과 ‘투르슨’이라는 미래인이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네안데르탈인은 식물처럼 발톱, 발가락, 다리, 몸통, 머리 순으로 자랐기 때문에 각 부위 나이가 2만살이나 차이가 난다는 흰소리를 지껄이는데도, 미래인은 이를 영상으로 기록하느라 너무도 진지하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뿐, 소통과는 거리가 먼 대화가 이어지며 웃음을 선사한다. 작가는 “현시대 지배계급의 권력, 소통의 문제를 원시 시대 렌즈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곳곳에 숨어 있는 영국적 코드를 찾아낸다면 작가의 위트에 또 한 번 웃을 수밖에 없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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