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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서울시의 교육도시 플랜에 숨은 뜻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시가 지난 27일 서울을 교육도시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의 장을 학교 안에서 학교 밖으로 넓혀 서울 전역을 교육의 터전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양극화, 공동체 붕괴, 수명 연장 등으로 삶의 틀이 달라지고 있어 인간은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현실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교육을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만 의존할 수 없으니 서울의 각종 인프라를 평생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참 좋은 생각입니다.

이날 서울시가 밝힌 ‘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서울시는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의 공동육아 방식을 벤치마킹해 지역사회 통합형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의 메카로, 월드컵공원은 에너지와 환경 교육 공원으로, 서울어린이병원과 교통방송 등 시립시설은 청소년 직업체험장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또 전통예절과 인성교육을 하는 서당을 선보이고 제도권에 포함되지 않은 대안학교에도 무상급식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시민 누구나 다닐 수 있는 개방형 시민대학도 운영합니다. 서울시립대, 서울시민청, 은평학습장 등을 활용해 학점은행제를 도입하고, 모든 계층이 함께 배우고 소통하는 ‘모두의 학교’도 2016년 금천구 한울중학교 부지에 선을 보입니다. 저명 인사나 퇴직 교수로부터 도서 기증을 받고 이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다양한 외국어와 외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글로벌 언어문화 클럽도 내년부터 50개, 2017년까지 300개를 만들 계획입니다.

다 좋습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현재 214개인 서울의 도서관 수를 2017년까지 238개소를 24개소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서울의 도서관당 인구수는 5만명. 일본의 4만68명, 미국의 3만2845명보다 많은 실정입니다만, 이를 2017년까지 4만3700명으로 줄인다는 겁니다.

이러한 교육도시 서울 플랜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은 서울연구원 내에 오는 4월 3일 개원할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서울시가 내놓을 수 있는 교육 정책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교육일까요.

사진설명: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7일 서울시청 직접 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교육은 중요합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은 하루에 열 번식 쏟아낸다고 해도 환영할 일이긴 합니다만, 지금 이 순간 중앙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서울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 보고서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그동안 서울시 관계자들은 중앙기관 이전에 따른 서울의 핵심기능 상실에 대해 “조사 결과 별 상관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영향이 미미하다는 겁니다. 실무자들의 판단이 그러하니 박원순 서울시장의 응답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올초 만난 박 시장은 “직원들한테 물어보니 미미하다더라. 그렇지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용역을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서울시청 산하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한 보고서(공공기관 이전과 수도권 주거지 개발에 따른 서울시의 인구 및 기능변화)에 따르면 수도권의 행정기관 183개 중 52개 기관을 2012~2014년 사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나머지 131개 기관은 2020년까지 전국에 건설될 혁신도시로 이전됩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서울시의 인구, 기능, 고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세종시로는 52개 기관 종사자 1만3805명, 전국 10개 혁신도시로는 131개 기관 4만2692명 등 총 5만6497명이 서울을 떠나갑니다. 보고서는 이전 대상인 행정기관 183개 중 117개(64%)가 서울에 있어 서울의 기능 유출이 우려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건 행정기능의 대폭 감소였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보완할 새로운 도시 기능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행정기관 이전으로 공백이 생긴 기존 행정기관 터에 새 기능과 산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보고서를 접하고 난 후 지금까지 본 기자는 서울시가 과연 그 공백을 어떤 방식으로 메꿔갈 것인지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서울시가 뭔가 규모가 있는 계획을 발표하면 혹여 그 공백을 메꿀 대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더 관심을 기울여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교육도시 서울 플랜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다 보니 다양한 생각이 교차합니다. ‘드디어 서울이 행정기능 유실에 따른 대안을 마련했구나, 그게 교육이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 방향에서 엇나가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강남권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면서 점점 깨닫게 된 교육의 파괴력 때문입니다. 강남권 부동산 가격의 폭등 배경에는 교육이 있습니다. 아파트 이야기와 학군 이야기는 결국 하나입니다. 강남에서 부동산을 논하면서 교육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강남 8학군과 부동산 시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의 대안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너무 비싸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차선을 택하는 겁니다. 그런데 결국 그들은 손을 들고 맙니다. 아무리 강남 이상의 거주 요건을 조성한다 해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학교요, 학군입니다. 학교를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결국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교가 다른 어딘가로 옮겨가지 않는 한 강남 파워는 계속될 거라는 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관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서울 전역을 교육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겠지요. 기본적으로 모든 도시는 교육도시를 지향합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렇게 마음먹고 서울 전역을 교육의 장으로 꾸며가겠다고 한다면 더 이상 서울을 따라갈 수 있는 도시는 없을 겁니다. 1년 예산이 30조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덩치의 서울시가 교육도시의 꿈을 품었다? 기존의 그 훌륭한 인프라를 모두 교육 기능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도시 기능의 확보 방안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교육도시 플랜을 발표한 서울시에 경의를 보냅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강남 8학군을 배경으로 공고히 다져진 난공불락의 철옹성 서울 강남권의 위세가 이제 서울시 전역으로 퍼져갈 거라는 생각에 공포감이 엄습해오기도 합니다. 이런 기조가 계속된다면 적어도 서울 부동산 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겠네요.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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