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로 PKM갤러리는 28일부터 오는 5월 9일까지 ‘탈라 마다니 & 나다니엘 멜로스’ 2인전을 연다. 부부지만 같이 전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프닝리셉션을 위해 방한한 커플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특정한 방향으로 작품을 해석하기보다 관객들이 자유롭게 읽어내길 바란다고 했다.
나다니엘 멜로스 ‘The Sophisticated Neanderthal Interview’, 35㎜ HD, 스테레오, 22분, 2013-14. [사진제공=PKM갤러리] |
마다니는 신작회화를, 멜로스는 영상 및 조각작품을 공개했다. 세계 미술계에서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있는 마다니는 만화 드로잉 혹은 삽화를 떠올리는 감각적인 회화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문화와 성적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찰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로젝터’를 통해 중년 남성들의 욕망이 이미지로 나타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3D로 형상화한 거대한 소녀의 치맛속을 넋을 놓고 들여다보거나, 갓난아기처럼 기저귀를 차고 기어다니는 등 사회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본능에 충실한 남성들의 모습을 그렸다. 비난하는 시각보다 유머러스함이 돋보인다. 작가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성인남성들의 행동을 한심하게 보기보다, 어린아이처럼 욕망에 충실한 게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탈라 마다니 ‘3D Pussy with Projection Light’, 린넨에 오일, 200.7×199.9㎝, 2014. [사진제공=PKM갤러리] |
멜로스는 22분짜리 영상 ‘The Sophisticated Neanderthal Interview(교양있는 네안데르탈인과 인터뷰)’를 통해 특유의 연극성과 유머를 자랑했다. 다리 나이는 5만살, 머리는 3만 살인 ‘보겐 윌리엄’이라는 네안데르탈인과 ‘투르슨’이라는 미래인이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네안데르탈인은 식물처럼 발톱, 발가락, 다리, 몸통, 머리 순으로 자랐기 때문에 각 부위의 나이가 2만 살이나 차이가 난다는 흰소리를 지껄이는데도, 미래인은 이를 영상으로 기록하느라 너무도 진지하다. 각자 하고싶은 이야기만 할 뿐, 소통과는 거리가 먼 대화가 이어지며 웃음을 선사한다. 작가는 “현 시대 지배계급의 권력, 소통의 문제를 원시시대 렌즈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곳곳에 숨어있는 영국적 코드를 찾아낸다면 작가의 위트에 또 한번 웃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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