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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의 獨 베를린 동선, 통일 구상 다듬기에 초점
[베를린(독일)=헤럴드경제 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베를린에서의 동선은 철저히 ‘통일 구상’을 다듬기에 적합한 곳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박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을 찾았다. 정확히 50년 전, 선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독일을 방문했을 땐 이 문을 스쳐 지나갔지만, 박 대통령은 6분 가량 머물렀다.

이날 오후 브란덴브루크문 서편 광장에 리무진편으로 도착한 박 대통령은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영접을 받은 뒤 서편 광장에서 이 문의 중앙통로 아래를 통과해 동편 광장까지 150m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별다른 소회를 밝히진 않았다.

베를린 중심가 파리저 광장에 위치한 높이 26m, 길이 65m 규모의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 분단 시기 동서 베를린의 경계였다. 독일 통일과 함께 통독의 상징이 됐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허가받은 사람만이 이 문을 통해 양쪽을 오갈 수 있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영구 개방됐다.

전통적으로 이 문은 세계 유력 지도자들이 중요한 발언이나 구상을 밝혔던 장소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7년 6월12일 이 문 앞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 당신이 평화를 추구하고 소련 연방과 동유럽의 번영을 원하며 자유화를 꾀한다면 이 문으로 오시오. 이 문을 열고 베를린 장벽을 허물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작년 6월, 이 문을 찾아 세계 핵탄두의 3분의 1을 감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추후 발간된 ‘방독 소감’에서 이 문 앞에서 “동베를린 쪽을 보니 북한 생각이 났다”는 소회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후 베를린 시청으로 가 보베라이트 시장과 환담했다. 환담에서 보베라이트 사장은 “브란덴부르크문을 통째로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별 다른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전쟁희생자 추모관을 찾아 헌화하고 1ㆍ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화환에는 영문으로 ‘대한민국 대통령(The president of the Republic of Korea)’이라고 적힌 리본이 달려 있었다.

전쟁희생자 추모관은 애초 나폴레옹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1818년 건립됐다. 독일 통일 이후엔 전쟁과 폭력에 의해 희생된 전 독일인을 추모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냉전시기 분단과 대립의 상징에서 통일과 화합, 자유와 번영의 상징으로 변모한 프랑크푸르트 문과 통일 독일의 중심지인 베를린 시청 방문은 우리의 통일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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