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계 거물 대니얼 롭, 크리스티 대항마 선언
노키아, 소니 등 경영상태가 신통치 않은 기업에 베팅했던 미국 헤지펀드계 거물 대니얼 롭(Daniel S. Loeb)의 요즘 타깃은 미술품경매사 ‘소더비’다. 투자자문사 서드포인트(Third Point)를 이끄는 롭은 지난해 소더비 주식을 인수했다. 지분은 9.3%. 소더비 측은 올 2월 “롭이 지난 6개월간 소더비의 경영활성화에 기여했으며 그의 통찰력이 주주의 가치를 증대시켰다”며 그를 이사로 선임했다. 서드포인트 역시 “롭의 풍부한 경험과 새 아이디어가 소더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대니얼 롭은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소더비(1744년 설립)가 라이벌인 크리스티에 수년째 밀리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다 면밀한 전략을 구사하면 이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다각적인 금융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금이 모자라 고가 작품 매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금융대출 등을 강화하는 것이 그 하나다.
대니얼 롭이 지난 2004년 300만달러에 매입했다가 2009년 550만달러에 되판 제프 쿤스의 조각. |
한편 롭의 등장에 함께 소더비의 간판급 경매사인 토비야스 마이어(51)가 소더비를 전격적으로 떠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마이어는 슈퍼리치 컬렉터를 쥐락펴락하며 아트마켓을 호령(?)했던 전문가여서 소더비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예측이 나오는 것은 ‘싸움꾼’이라는 롭의 평판 때문이다. 미술계에서의 평판 역시 썩 좋지 않다. 바라라 글래스톤이라는 뛰어난 여성 화랑주는 롭에게 된통당한 바 있다. 롭은 자신이 점찍은 매튜 바니 작품을 글래스톤이 다른 고객에게 넘기자, 화랑이 세무조사를 받게 하는 등 보복(?)했다. 그러나 10여년 후 둘 사이는 전처럼 회복돼 역시 ‘머니파워’의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유대계로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롭은 1995년 서드포인트 LLC를 설립했고 현재 14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 중이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