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또다시 ‘벼랑끝 전술’ 카드를 빼들었다.

북한은 26일 새벽 지구 반대편인 네덜란드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이 시작되던 시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당연히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결단과 지시에 따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에서 무더기로 발사했던 300㎜ 신형방사포나 스커드 미사일, 프로그(FROG) 로켓 등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노동미사일은 사거리가 1300㎞로, 각각 사거리가 70㎞, 155㎞, 500㎞ 수준인 프로그, 300㎜ 방사포, 스커드미사일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과 중국과 러시아의 일부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난 2006년과 2009년 노동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일본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미사일이 개발단계부터 주일미군기지 타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는 점에서 다분히 한미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동미사일의 또 다른 심각성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노동미사일의 탄두중량은 700㎏ 정도인데, 국가와 기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 정도 수준의 핵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심지어 북한은 지난 24일 리동일 유엔대표부 차석대사의 입을 빌어 4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53개국 정상급 대표와 유엔 등 4개 국제기구 수장 등 전세계가 한자리에 모여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순간 유독 김정은만 핵 강화의 길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도 한층 강한 핵야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하는가 하면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대외전략으로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의 이같은 전략은 핵을 지렛대 삼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고 종국에는 대화테이블로 끌어들여 체제안정과 경제회생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의 이같은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역사적 문제로 갈등관계에 놓여 있던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3국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북핵문제가 한일간 역사적 갈등을 뛰어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미일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도발과 위협은 일치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평양에 보낼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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