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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간장 만들던 샘표, 규제때문에 서양소스 주력
[헤럴드경제=김윤희ㆍ이슬기 기자]68년간 전통간장을 만들어 온 샘표식품은 요즘 서양소스 브랜드 ‘폰타나’에 마케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액체조미료 ‘연두’, 육포 ‘질러’, 식초 ‘백년동안’을 만들어 만족할만한 실적을 거뒀지만, 정작 전공인 간장 분야에서는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2011년 10월 ‘장류’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더이상 사업확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사업 구상해도 제약이 많아 추진하기 어렵다. 주위 여론, 정부 규제 등을 고루 살펴야한다”고 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규지정과 재지정 추진을 앞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피해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떡국ㆍ떡볶이떡 등도 중기적합업종으로 신규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고추장, 간장 등 장류와 두부, 김치 제조업에 대한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정부 시책인 ‘음식 한류 확산’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 높다.

중기적합업종 제도가 국내 시장 확대를 제재해 신제품 생산, 신사업 확장을 하기 어렵고, 결국 샘표와 같은 중견기업과 대기업들의 해외진출도 제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음식 한류’ 바람이 일었는데, 정작 우리 기업들은 국내 규제에 막혀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우리 식품산업의 질적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산업통산자원위원회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장류 분야에서 식품안정성인증(HACCP)을 받은 기업수가 전체 624개 중 불과 20개(3.2%)에 불과하다.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두부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정작 우리 농민이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콩 재배농가들이 두부의 중기적합품목지정 직후인 지난 2012년 한가마에 24만원에 달했던 콩값이 지난해 14만원선까지 폭락했다고 주장한다. 국내산 콩을 사용해 두부를 제조하던 풀무원과 대상, CJ 등이 국산콩 수매량을 지난해 전년대비 38.9% 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민성식 팀장은 “대기업의 시장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국내산 콩을 이용한 간장, 고추장, 두부 등의 신제품 출시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만큼 국산콩 수매량이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식품조합 등은 “콩 값 폭락은 생산량 증가와 경기침체로 인한 것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반위도 “국산콩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구매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국산콩 수요층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샘표 같은 전문중견기업은 토속브랜드인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과정에서 배려할 수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막으려는 당초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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