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구본무의 ‘실사구시’…17년째 LG 창립기념식 갖지 않아
50주년 기념식이 마지막 행사…평소 허례허식 싫어하고 소탈한 성품과 맞닿아
휴무일도 바꿔 임직원에 ‘3일 연휴’ 선사…“시장 선도 위해 애쓴만큼 재충전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LG그룹이 27일 창립 67주년을 맞지만, 올해도 여느 해처럼 조용하게 창립기념일을 보낼 예정이다. LG는 다른 기업과 달리 만(滿)으로 ‘0’이나 ‘5’로 끝나는 해에도 별도 기념식을 갖지 않아 왔다. 벌써 17년째다. 지난해부터는 창립기념일 휴무일도 바꿔, 구성원들에게 해마다 4월 ‘3일 연휴’라는 꿀맛 같은 휴식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구본무<사진> 회장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철학’이 담겨 있다. 기념식을 통해 창업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사 준비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임직원 수고를 덜겠다는 것이다. 창립기념일을 바꾼 것도 주중에 의미 없이 하루를 쉬는 것보다 ‘시장 선도‘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온 임직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6일 재계 등에 따르면 LG는 1997년 간단하게 치른 창립 50주년 행사 이후 올해까지 17년 연속 창립 기념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50주년 때에도 행사는 간단하게 진행됐다. 기념물로 사사(社史)만 발간했을 뿐이다.

동양에서 환갑이라며 상서롭게 여기는 2007년, 창립 60주년 때에도 사사 발간이 전부였다. 당시 구 회장은 창업 60년을 맞는 감회도 사사 인사말을 통해서만 밝혔다.

창립기념일 휴무일을 변경한 것도 재계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LG 임직원은 3월 27일 대신 4월 두 번째 금요일에 쉬고 있다. 주중에 하루 쉬는 것보다 구성원들에게 4월 중 3일간(금~일요일) 쉬며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평소 소탈하고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구 회장의 성품과 맞닿아 있다. 그는 평소 노타이 차림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토론하고, 의전을 따지지 않고 혼자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창립 기념식이나 휴무일을 과거의 인습(因襲)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 LG는 목표인 시장 선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회장도 올 들어 잇단 행사에서 틈날 때마다 변화를 강조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997년은 구 회장 취임 후 만으로 ‘0‘이 된 첫 해여서 행사를 치른 것으로 안다”며 “한창 달려가야 할 때 구성원을 업무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CEO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