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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 · 서양 ‘철의 여인’ 다섯번째 만남…이번엔 통일로 통하다
양국 첫 女정상 朴대통령·메르켈총리
보수 이념·강력 카리스마 등 닮은꼴
2000년 첫 만남…두터운 친분 자랑도

朴대통령, 獨 통일인사 6명 연쇄접견
25년전 ‘통독 노하우’ 전수 받을 듯

[베를린(독일)=홍성원 기자] 동ㆍ서양에서 ‘철(鐵)의 여인’이란 평가를 받는 박근혜(62)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60)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오후 만난다. 박 대통령으로선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폐막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한ㆍ중,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등을 하고 곧바로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가 한반도 통일과 한ㆍ독 경제 협력에 관해 메르켈 총리와 머리를 맞대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마치고 25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에 도착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이날 독일 측은 공항에 도착한 박 대통령을 예우하기 위해 밤늦은 시간임에도 이례적으로 예포 21발을 발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엔 예포 발사를 하지 않는데, 이례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정확히 50년 전, 박 대통령의 부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을 찾았을 땐 돈(차관)을 빌리며 눈물을 흘렸지만 반세기 뒤 딸은 한국 경제 발전의 토대 위에 당당히 통일을 논하는 자리에 섰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서로 ‘통(通)’할 수밖에 없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나이는 박 대통령이 두 살 위 ‘언니’다. 대학 전공은 둘 다 이공계다. 박 대통령은 전자공학을,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을 공부했다. 정치 이력도 닮은꼴이다. 두 정상 모두 1998년에 정치에 입문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고,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의 첫 총리이자 독일의 첫 여성 총리다. 임기도 오는 2017년까지로 똑같다.

보수를 바탕으로 한 통치철학도 빼닮았다. 박 대통령이 확고한 안보를 토대로 경제 혁신을 지휘한다면, 메르켈 총리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유럽 경제와 외교ㆍ안보를 주도하고 있다.

친분도 두텁게 쌓았다. 이번 만남이 벌써 다섯 번째다. 박 대통령이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자격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야당이던 기독교민주연합의 당수였다. 두 번째 만남은 박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2006년 9월 독일에서였다.

둘은 서울에서도 만났다. 메르켈 총리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다. 메르켈 총리가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두 정상은 학교 내 다른 장소에서 비공개 단독 면담을 했다. 이때 둘은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의견 교환과 실질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두 정상의 가장 최근 만남은 작년 9월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였다.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의 초청에 따라 그의 숙소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10년 넘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두 사람이 각자의 국가에서 정상이 된 뒤로는 처음으로 조우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을 국빈방문 형식으로 공식 초대했다.

둘 사이의 각별한 서신 교환도 여러 차례였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22일, 메르켈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자 축하전문을 보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국가지도자로서는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통(通)’하는 두 사람이 통일을 주요 의제로 삼으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통일 독일의 경험을 가진 메르켈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귀중한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이 되는 해로, 독일로서도 감회가 새롭다.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의 독일 일정은 통일 관련 행보에 집중돼 있다. 통독의 주역인 로타어 데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통일 인사 6명을 연쇄 접견하기도 한다. 드레스덴공대에선 ‘통일대박’을 구체화할 통일 관련 선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귀국 직전 프랑크푸르트에 들러 파독 광부ㆍ간호사도 만난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50년 전 한국 정부가 공식 추진한 첫 해외 파견근로자로, 시대의 아픔과 국력의 중요성을 삶으로 증언하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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