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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과 메르켈…두 살 터울의 동서양 ‘철의 여인’ 통일을 논하다
[베를린(독일)=홍성원 기자]동ㆍ서양에서 ‘철(鐵)의 여인’이란 평가를 받는 박근혜(62)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60)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오후 만난다. 박 대통령으로선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폐막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ㆍ중, 한ㆍ미ㆍ일 정상회담 등을 갖고 곧바로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가 한반도 통일과 한ㆍ독 경제협력에 관해 메르켈 총리와 머리를 맞대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정확히 50년 전, 박 대통령의 부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일을 찾았을 땐 돈(차관)을 빌리며 눈물을 흘렸지만, 반세기 뒤 딸은 한국 경제발전의 토대 위에 당당히 통일을 논하는 자리에 섰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서로 ‘통(通)’할 수밖에 없는 유사점을 갖고 있다. 나이는 박 대통령이 두 살 위 ‘언니’다. 대학 전공은 둘 다 이공계다. 박 대통령은 전자공학을,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을 공부했다.

정치 이력도 닮은꼴이다. 두 정상 모두 1998년에 정치에 입문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고,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의 첫 총리이자 독일의 첫 여성총리다. 임기도 오는 2017년까지로 똑같다.

보수를 바탕으로 한 통치철학도 빼닮았다. 박 대통령이 확고한 안보를 토대로 경제혁신을 지휘한다면, 메르켈 총리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유럽 경제와 외교ㆍ안보를 주도하고 있다.

친분도 두텁게 쌓았다. 이번 만남이 벌써 다섯번째다. 박 대통령이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자격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야당이던 기독교민주연합의 당수였다. 두번째 만남은 박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2006년 9월 독일에서였다.

둘은 서울에서도 만났다. 메르켈 총리가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다. 메르켈 총리가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두 정상은 학교 내 다른 장소에서 비공개 단독면담을 가졌다. 이 때 둘은 한반도 통일에 관한 의견 교환과 실질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

두 정상의 가장 최근 만남은 작년 9월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였다.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의 초청에 따라 그의 숙소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10년 넘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두 사람이 각자의 국가에서 정상이 된 뒤로는 처음으로 조우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박대통령을 국빈방문 형식으로 공식 초대했다.

둘 사이의 각별한 서신교환도 여러 차례였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22일, 메르켈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자 축하전문을 보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국가 지도자로서는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통(通)’하는 두 사람이 통일을 주요 의제로 삼으니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통일 독일의 경험을 가진 메르켈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귀중한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이 되는 해로 독일로서도 감회가 새롭다.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거치는 박 대통령의 독일 일정은 통일 관련 행보에 집중돼 있다. 통독의 주역인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통일 인사 6명을 연쇄 접견하기도 한다. 드레스덴 공대에선 ‘통일대박’을 구체화할 통일 관련 선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귀국 직전 프랑크푸르트에 들러서는 파독광부ㆍ간호사도 만난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50년 전 한국 정부가 공식 추진한 첫 해외 파견근로자로, 시대의 아픔과 국력의 중요성을 삶으로 증언하고 있다.

베를린(독일)=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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