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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완화 한다는데…곳곳에 숨은 ‘그림자 잡무규제’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정부가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굵직굵직한 규제는 물론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도 완화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숨어 있는 게 많다. 그림자 ‘잡무 규제’인 셈이다.

정부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쏟아내는 정책이 금융회사들에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꺾기’(대출 시 보험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강매 행위) 관행을 잡기 위해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시행령에 따라 은행들은 이달 1일부터 중소기업 대표와 임직원에게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공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모든 등기이사(상근ㆍ비상근 포함)와 감사도 포함된다.

이들에 대한 꺾기가 금지되면서 해당 금융기관의 상품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A 은행 관계자는 “상근뿐 아니라 비상근이사, 감사까지 합치면 일일이 받아야 할 동의자가 수십명”이라면서 “기존 꺾기 때도 비상근이사 등 경영에 관계없는 사람에게 한 적은 없다. 잘못된 관행을 잡는 건 좋은데 너무 과도하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 1명이라도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인사철만 되면 금융회사들은 비상이다. 실무진이 바뀌면 더 바쁘다고 한다. B 금융사 관계자는 “바로 지난달에 6~7년치 자료를 줬는데, 담당이 바뀌면 또다시 6~7년치 자료를 요구한다”면서 “인사철만 되면 본점은 물론 관련 지점도 밤을 새우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C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 제출용 업무보고서를 만들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이유는 고객 개인정보를 열람해야만 보고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 금융회사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법으론 고객정보를 못 보게 돼 있는데 금융당국이 요구하니 안 볼 수가 없다. 의도치 않게 범법자가 되곤 한다”고 털어놨다.

비합리적인 규제도 지적됐다. D 금융사 재무담당자는 “최근 바젤Ⅲ 감독지침이 내려왔는데, 지도비율이란 또 다른 하부지침이 있었다”면서 “감독지침에 맞추면 하부지침에 안 맞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은행의 원화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목표는 100%로 규정돼 있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대출의 경우 대출금에 포함되지만 예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은행들은 1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E 금융사 고위관계자는 “금융기관 직원(임원 제외)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검사권과 제재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서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누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역별 협회로부터 관련 규제를 전달받아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자율 경쟁에 저해되는 규제는 풀 방침이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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